지난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5년간의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심사 결정 자료를 이용해 ‘우울증’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과 비교했을 때 연령별 진료인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구간은 70대와 50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령별 점유율은 70대 이상 구간이 22.2%로 가장 높았고, 50대 21.0%, 60대 17.4%의 순으로 50대 이상 장년층에서 60.7%를 차지했다”고 한다.
중년 남성의 경우 명예퇴직, 감원 등 사회적인 압박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그러나 산업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신지식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들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은 그들은 평생을 몸담아온 직장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으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할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이혼이나 부부의 사별에서 오는 스트레스지수와 맞먹는다고 한다. 그들은 부모 봉양과 자식 양육을 위해 노후준비는 꿈도 꾸지 못한 상태가 대부분이다.
72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세대들이 본격 퇴직을 시작했다.
그들의 경제적 가치는 둘째치고라도 당장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고 지금 기업들의 형편은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에 대한 위로금도 많이 줄 형편이 못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명퇴 위로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위로금 계산에 회사 부채와 이익 상태를 반영하도록 하고, 잔여임기 인정한도 역시 최대 10년까지만 인정하도록 했다.
앞뒤가 캄캄하다. 그러니 우울증이 생길밖에.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금융 보험 증권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은 더 심각하다. 경영상의 이유라지만 퇴직 통보를 받은 당사자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정부에서는 국민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에서는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기업은 이익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이를 탓할 수도 없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의 재취업의 기회는 그리 쉽지 않다. 중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사업을 하려해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만만치가 않다. 과거의 연봉이나 직위에 연연하여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기술을 배워 중소기업에서 인생 이모작을 펼쳐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가 소속한 한국폴리텍대학에서는 베이비부머에 대한 무료 기술교육을 통해 재취업으로 연결 시켜주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다 명예 퇴직한 A씨(58세)는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에서 CNC기계 기술을 배워 정밀기계부품 제조업체에 연봉 2,400만원에 취업했다.
과거에 비해 적은 연봉이지만 날마다 출근하는 즐거움으로 행복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과거의 경력을 바탕으로 한 관리능력을 인정받아 생산관리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베이비부머 재취업 정책이 대부분 단기성 일자리와 감시 단속적 근로자(경비업무 등)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A씨처럼 기술을 배우면 향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다
3D분야로 취급받으면서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진 뿌리산업 직종은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끈 핵심 산업이다. 요즘은 뿌리산업 직종도 고도산업사회에 발맞추어 첨단화 자동화 되고 있다.
그러나 기본기술을 익혀야만 자동화기계를 통한 생산 활동이 가능하다.
베이비부머와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기술교육으로 외국인이 차지했던 자리를 채우면 국가적 기술축적이 이루어지고 그들은 안정적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서게 한 주역들인 중년들이 경제적인 고통에서 벗어나 우울한 일상에서 해방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