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집권 2년차였던 2014년의 중국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세계적으로 떠오른 인물도 있고, 영화를 뒤로한 채 스러져간 인물도 있었다. 이들의 면면은 글로벌 강국으로 굴기해 가고 있는 중국의 2014년 역사를 장식했다. 본지는 중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인물들을 짚어보며 중국의 2014년을 회고해 본다.
지난 2년간 강력한 정풍운동으로 62명의 고위직이 낙마했다. 이중 최고위직은 정국급(正國級·국가지도자급)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다. 부국급(副國級·부총리급) 간부로는 링지화(令計劃)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쑤룽(蘇榮) 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등이 있다. 이밖에 장관급 9명, 차관급 46명, 청장급 3명도 퇴출당했다.
지난 7월29일 신화통신 발표로 공식화된 저우융캉의 낙마는 올해 가장 큰 화제였다. 저우융캉의 아들 저우빈(周滨)을 비롯해 그의 부인, 동생들이 줄줄이 체포됐다. 이밖에 저우융캉이 쓰촨(四川)성 정계, 재계 그리고 석유업계, 공안계통 등에서 교분을 맺었던 인사들도 부패혐의로 줄줄이 낙마했다. 권력과 돈을 움켜쥐고 대륙을 호령했던 거물이 그야말로 초라하게 퇴장했다.
◆공청단의 뇌관, 링지화
동지(冬至)였던 지난 22일 정협 부주석이자 당중앙 통전부 부장인 링지화가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직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공식확인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중앙판공청 주임(우리나라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5년간 수행하며 권부 핵심을 속속들이 지켜봤으며, 후 주석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2012년 상무위원 후보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링지화 역시 가족들이 체포됐고 자신도 감옥에 갈 처지에 놓였다. 그로 인한 화(禍)가 공청단파까지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다.
◆기적을 창조한 마윈
지난 9월19일 알리바바그룹이 뉴욕에서 상장됐다. 올해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공개(IPO)였다. 알리바바의 창시자인 마윈(馬雲)은 1500억위안 상당의 지분을 갖게 됐으며, 홍콩의 대부호인 리카싱(李嘉诚)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갑부에 올라섰다. 더욱이 1년에 185억달러의 순익을 창출하여 워렌 버핏을 넘어 올해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사람이 됐다. 알리바바는 시가총액상 구글에 이어 세계 2위의 인터넷기업으로 올라섰다. 키도 외모도 볼품없는 항저우(杭州)출신의 한 남자가 창조해낸 기적에 세계인들이 놀라워하고 있다.
◆쾌속확장 완다의 왕젠린
“나의 꿈은 완다(萬達)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왕젠린(王健林) 완다 회장의 사자후다. 그의 목표는 2020년에 1조위안의 자산, 6000억위안의 매출, 600억위안의 순이익 창출이며, 순이익의 30%는 해외에서 거두겠다는 것. 지난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23일 완다상업부동산이 홍콩 증시에서 상장했다. 얼마전 완다극장체인도 중국 증권감독위원회의 A주 상장 ‘통행증’을 받았었다. 실탄을 보충한 완다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문화, 관광, 금융 등으로 쾌속 확장할 예정이다. 왕젠린의 아들 완스충(王思聰)역시 올해 웨이보(微博)에서 화제 인물이 되어 완다의 지명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레이쥔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는 의미에서 ‘레이잡스’로 불리는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 역시 올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샤오미는 설립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눌렀다. 올해 2분기에는 삼성전자를 추월하고 1위에 등극했다. 샤오미는 아직 상장을 안했지만 기업 가치를 따졌을 때 소니의 두 배가 넘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치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샤오미가 최근 10억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자금을 유치하면서 시가총액 4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대륙의 싸이, 콰이즈슝디
올해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가요는 단연 콰이즈슝디(筷子兄弟)의 샤오핑궈(小苹果)이다. 콰이즈슝디는 샤오양(肖央)과 왕타이리(王太利)로 구성된 2인조 남성그룹. 올 가을에는 중국 어디를 가든지 샤오핑궈가 나오지 않는 곳이 없었다. 콰이즈슝디의 안무는 많은 중국인들이 따라했고, 중국 전역 곳곳에서 인파들이 모여 광장무(廣場舞)를 췄다. ‘중국의 싸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콰이즈슝디는 연말 음악시상회를 휩쓸고 있다.
◆커전둥과 팡주밍
커전둥(柯震東)은 한창 잘 나가던 대만의 청춘스타이고, 팡주밍(房祖名)은 글로벌 대스타인 성룡의 아들이다. 둘은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대마 흡입으로 현지 마약단속반에 체포돼 14일의 행정구류 처벌을 받았다. 본국인 대만으로 돌아간 커전둥은 대만 검찰로부터 2년 기소유예 및 자비 중독치료 처분을 받았다. 연말이 되자 둘은 마음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도 둘에 대한 격려와 비난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망가진 국민사위 황하이보
'우리 결혼합시다' '아내의 아름다운 시대' 등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국민 사위’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배우 황하이보(黄海波)가 지난 5월 성매매 혐의로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현장 체포됐다. 성매매를 인정한 황하이보는 공안당국에 15일간 구류된 데 이어 6개월 수용교육 명령을 받았다. 38세 나이에 미혼인 그는 과거 여성 톱스타와 공개연애를 했으며, 성매매 당시에도 6살 연하의 여배우와 교제중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 그는 공개활동을 중단했다.
◆아듀 리나
중국 여자 테니스의 간판스타인 리나(李娜)가 지난 9월21일 베이징에서 은퇴식을 열었다. 올해 32세인 그는 "지금이 은퇴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 아무런 유감도 아무런 후회도 없다"고 말했다. 리나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2011년 프랑스오픈 단식에서 우승하고 올해 1월에는 호주오픈 단식에서 우승하는 등 메이저 2개 대회를 제패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했다. 세계랭킹 2위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이번에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은퇴식에서 3번 눈물을 보여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법치 아이콘 후거지러투
18년전 18세의 몽고족 소년 후거지러투(呼格吉勒图)는 살인사건으로 사형을 당했다. 이후 소년의 부모는 무려 18년동안 현지 언론, 법조계, 관청에 에 호소했다. 2014년 12월 사건 재심리가 열렸고, 소년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누명은 벗겼지만 앗아간 생명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중국 인민들은 이 사건에 기꺼이 가슴 아파했다. 후거지러투의 부친은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지만, 차후 이같은 사건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면 죽은 아들에게 작으나마 위로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우산혁명 아이콘 조슈아웡
홍콩시위를 주도하며 ‘우산 혁명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슈아웡(黃之鋒). 그는 지난달 26일 홍콩 경찰에 체포됐다가 곧 풀려난 후 단식에 돌입하며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8세 소년 웡은 홍콩 민주화 시위의 3대 주도세력 중 하나인 학생단체 ‘학민사조’ 대표로 도심 점거를 이끌어왔다. 그는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호소했고,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웡은 2012년 15살의 나이로 중·고등학교 학생운동단체인 '학민사조'를 설립했다. 당시 홍콩 당국이 국민교육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12만여 명이 참여한 반대 운동을 주도해, 도입계획을 철회시키기도 했다.
◆대형참사 그리고 희생자들
지난 3월1일 저녁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기차역에서 무차별 테러사건이 일어났다. 위구르족 독립세력인 테러범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약 25분동안 미친듯이 흉기를 휘둘렀고, 29명이 사망했다. 3월8일 말레이 항공 MH370기가 실종됐다. 항공기는 인도양 남부에 추락한 것으로 결론났다. 탑승객 239명이 모조리 실종됐다. 7월23일에는 타이완 푸싱(復興)항공사의 한 여객기가 펑후(澎湖)섬에 비상 착륙하다가 추락해 51명이 사망했다. 7월31일 타이완 가오슝(高雄)에서 대형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 30명이 사망했다. 8월2일 쟝쑤(江蘇)성 쿤산(昆山)시의 한 금속업체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75명이 사망했다. 8월3일 윈난(云南)성 루뎬(鲁甸)현에서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했다. 류뎬현 인근의 108만 인구가 피해를 입었으며 617명의 사망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