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2015년 새해 부동산시장의 기상도를 이같이 전망했다. 새해에도 주택 매매시장의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부동산 관련 3개법 개정안이 사실살 국회를 통과해 부동산시장 기대감이 커졌지만 러시아와 그리스 등 유로존의 불안이나 중국의 성장동력 둔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국내외 거시경제 악화 요인으로 인해 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매매시장보다는 분양시장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월세 전환 등에 수급불균형과 재건축 이주수요 등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매매시장 소폭 상승…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변수로 작용
전문가들은 새해 주택 매매시장은 가격 상승 잠재력은 있지만 오름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 주택시장 역시 상승에 거의 정점에 도달하고 있거나 정점을 지나고 있어 급등락보다는 횡보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과 수요라는 측면에서 보면 새해 주택시장은 박스권에서 등락이 오가는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시장이 평균적 수준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회복 체력을 더 비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반기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하반기에 가격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국내외 거시경제 악화 요인으로 새해 부동산시장은 어느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상반기까지는 적어도 반등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전세물건 부족과 전세가격 상승 부담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매매전환에 나설 수 있지만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건축·재개발 시장 역시 수요자들의 관심은 꾸준하겠지만 체감할 수 있는 뚜렷한 반등은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재건축시장은 이주수요 여파로 강보합이 예상되지만 재개발 시장은 뉴타운 대안사업과 가격 조정 등으로 여전히 침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새해 주택시장 변수로는 기준금리 인하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지속 여부를 꼽았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제침체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내수경제 침체 역시 주택시장 회복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상승세 지속…만성적인 수급불균형에 정비사업 이주수요 '복병'
새해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없었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넉넉하지 않은 반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세물량이 월세전환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새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량은 작년보다 5% 정도 줄어든 24만5434가구 수준이다. 수도권은 10만1856가구로 작년보다 4%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강남 재건축 철거 이주수요가 몰리는 서울의 경우 2만195가구로 작년 3만6783가구보다 크게 줄어들어 전세불안이 우려된다.
서울 전세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홀수 해 효과도 전세시장의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짝수 해인 2012년 2.21% 오른 데 비해 홀수 해인 2013년에는 8.97% 상승했다. 이어 다시 짝수 해인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월 말 현재 4.42% 올라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
함영진 센터장은 "서울은 입주물량 부족, 재건축 등 정비사업 이주수요, 홀수해 효과 등으로 불안요인이 상당하다"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심리 저하와 저금리 영향으로 월세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전세시장 불안의 구조적 문제도 큰 편이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홀수해이긴 하지만 단기간 급상승에 따른 피로감, 대체재인 오피스텔 입주물량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전세난보다는 국지적 전세난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예상했다.
◇청약시장 활황 지속…수익형 부동산 관심 더해질 듯
신규 분양시장은 새해에도 열기가 뜨거울 전망이다.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등의 호재로 투자 대안이 없는 주택시장에서 신규분양이 가장 유망한 상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가 신도시 공급 중단 방침을 밝힌 가운데 3월에는 청약제도 간소화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동탄2신도시와 서울 강남 재건축, 도심 재개발 분양 물량 등 입지가 유망한 사업장에 청약수요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면서 "반면 청약 경쟁률에 비해 낮은 계약율을 보이는 곳, 미분양도 나타나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전문위원 역시 "새해 일부 인기지역에서는 단기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청약이 대거 몰려들어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언 대표는 "청약통장 1순위 조건 완화 등으로 수요자들이 인기지역 중심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강남재건축과 광교신도시, 위례신도시, 미사지구, 마곡지구를 중심으로 투기수요까지 합세해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새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지역과 상품별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물건이 많아 투자 대상 선정과 투자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율이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월세를 받아들이는 수요층이 늘고 있고 은행 금리보다 부동산 임대수익률이 높아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소형 오피스텔과 단지형 상가, 상가주택 등의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권대중 학회장은 "상가, 오피스텔 시장은 저금리가 지속된다면 인기를 끌겠지만 하반기 금리가 인상될 경우 시장이 다소 침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새해 토지시장은 개발 지역 중심의 미미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신규 택지 개발 등이 잠정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대형 개발이 없다면 뚜렷한 상승 지역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새해에는 대규모 주택개발사업이나 국책사업도 활발하지 않아 땅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