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은지화'.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그림으로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의 트레이드마크다. 재료를 살돈이 없는 가난때문이기도 했지만, 종이같은 것만 보면 무작정 그리던 습관이기도 했다.
은박지 그림은 이중섭이 오산학교 시절부터 시작했다. 이중섭 전문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이중섭은 언제 어디서나 떠오르는 이미지를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렸다. 먼저 은박지를 잘 편 후에 연필이나 철필 끝으로 눌러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수채나 유채를 온통 칠했다"며 "은지화는 ‘알루미늄 박지 그림’이라 해야 옳다"고 밝혔다.
'은지화'는 이중섭에게 붙은 국민화가 타이틀답게 경매시장에서 비싸게 거래된다. 지난 9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이중섭의 은지화는 8100만원에 낙찰된바 있다.
특히 '은지화'는 가난때문에 일본에 떨어져 살던 가족에 대한 이중섭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더 아련하게 전해진다.
'슬픈 전설'을 가진 이중섭의 새로운 은지화가 공개된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된 은지화 3점이 60년만에 국내에 돌아온다.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회장 박명자)이 내년 1월6일부터 여는'이중섭의 사랑, 가족'전에 모마미술관 소장품 이중섭의 은지화 3점과 미공개 편지화(20점) 영상 판화등 70여점을 전시한다고 23일 밝혔다.
모마미술관 소장된 은지화 공개는 어렵게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화랑 박명자회장이 추진한 이번 이중섭전은 모마에 이중섭의 은지화가 있다는 걸 알고 전시 타진 의사를 밝혔고, 3개월간 공을 들여 결국 모마미술관은 한국에서 전시를 허락했다.
현대화랑은 "이 은지화는 1955년 주한미국대사관 문정관이었던 아서 맥타가트가 구입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당시 미국문화원 외교관이자 서울대 강사였던 맥타가트는 서울에서 열린 이중섭 개인전에서 구입했고 전시평을 쓰기도 한 인물로 이후 모마미술관에 은지화 3점을 기증했다".
현대화랑은 "이 3점의 은지화는 근대미술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1956년 소장품으로 결정됐다"며 "3점 중 한 점은 일반적인 과정을 거친 위에 채색이 된 그림으로 특별한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Number 57 (1950-52).New York, Museum of Modern Art (MoMA).Incising and oil paint on metal foil on paper, 3 1/4 x 6 1/8" (8.3 x 15.4 cm).Gift of Arthur McTaggart. Acc. n.: 27.1956.© 2014. Digital image,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Scala, Florence
이중섭 전시는 유화, 드로잉·채색화, 유학시절 글을 대신해 사랑을 전한 엽서화, 가족에게 보낸 편지화, 은지화 등 5개 분야로 나눠 소개한다. 갤러리현대는 일본에서 그의 일본인 아내 이남덕 여사의 일생을 담은 기록영화가 제작돼 이달 13일부터 일본 전역에 상영되고 있다며 이 영화를 짧게 편집해 전시장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의 유족과 함께 기획된 전시로, 미국 MoMA, 삼성미술관 Leeum,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 개인 소장가로부터 작품을 대여받았다.
한편, 갤러리현대는 내년부터 전시장을 이원체제로 운영한다. 신관은 갤러리현대 이름을 그대로 쓰고 지난 40년간 '현대화랑'의 명성을 이어 구관(구 K옥션 건물)은 새롭게 '현대화랑'으로 간판을 단다. 갤러리 전시는 공짜지만 이번 전시는 관람료가 있다.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02)2287-3591. 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