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국제유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유로존 국가의 12월 인플레이션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은 디플레이션을 의식하기 시작해 유럽 각국의 장기 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1월 개최되는 총회에서 국채 매입을 포함한 양적완화 조치를 내리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주에 처음으로 0.6%까지 하락했으며, 스페인의 장기금리는 지난 19일에 한 때 1.6%까지 내려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지표가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5년 6개월 만에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국제유가 하락이 유럽 물가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내년 1월7일 발표 예정인 올해 12월 유로존 국가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했으나,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시티그룹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12월에는 -0.1%. 1월에는 -0.2%로 마이너스 폭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했다. 물가가 하락할 경우 2009년 10월 이후 약 5년만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에는 물가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간이 5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한 때 0.6%까지 하락한 바 있다. 당시에도 국제유가 하락이 요인이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으로 원유가격이 급등하자 물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OPEC이 생산량 유지를 거듭 천명했기 때문에 국제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로이즈 뱅킹 그룹의 시산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하락할 경우 유로존 국가의 물가 하락률은 1%에 달한다.
현재 ECB는 유로존 국가의 국채 대량 매입 조치라는 양적완화 도입을 위해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다. 시장은 내년 3월까지 양적완화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1월 22일 총회에서 도입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디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 2012년 시점의 3조 유로까지 자산 규모를 늘릴 계획을 세웠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조 유로 정도 늘릴 필요가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ECB가 2015년에 최대 3600억 유로의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는 “ECB의 양적완화는 언제 실시하느냐가 아니라 국채를 얼마나 매입하게 될지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