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둘러싼 암투를 현실감 있게 풀어내는데 특출난 박경수 작가는 이번엔 검사를 선택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딸을 구한 은인도 버리는 검사 강래원은 조재현을 검찰총장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창창한 앞날만이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악성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를 판정받았다.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은 전처 김아중. 겁 없이 검찰총장의 친형 비리를 캐며 정의를 외친다.
“죽음을 앞둔 김래원은 지난날을 반성하며 김아중과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친형처럼 모셨던 조재현과 치열하게 싸운다”는 이 간단한 줄거리는 드라마에서 ‘작가주의의 걸작’을 탄생시킨 박경수 작가를 만나 힘을 얻는다. 주인공 김래원 김아중 조재현은 물론이고 최명길 김응수 박혁권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출연진은 대본에 힘을 싣는다.
1, 2회에서 그려진 김래원과 조재현의 뜨거운 우정은 작품 후반 그려진 두 사람의 대립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요소다. 김래원이 조재현의 앞길을 막는 김아중에게 “양육권을 뺏겠다”고 협박하거나, 김래원의 뇌종양을 알게 된 조재현이 “미안하데이. 내 뒤 닦느라꼬 휴가 한번 못 가지 않았나. 일만 죽도록 해서 그 병이 그렇게 커진 것 같데이. 니는 내 죽으면 내 관 들어줄 사람이데이. 니 죽으믄 나 절대로 니 상가에 안간데이. 조화도 안보낼끼다. 부조도 안 하고. 니 죽으믄 안된데이”라며 더운 눈물을 흘릴 땐 두 사람의 우정이 부러울 정도다.
악덕한 인물도 밉지가 않다. 묘 이장비로 대학 등록금을 내고 어머니 무덤을 수장시킨 조재현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가 잠긴 댐가에서 소주를 홀짝인다. ‘공안검사로 수많은 조작사건을 만든 일을 반성하지 않고 검찰 내 파벌을 만들어 자기 사람을 주요보직에 앉힌’ 그의 권력에 대한 눈먼 욕심이 이해되는 이유다.
좋은 대본과 준수한 출연진으로 중무장한 떡잎이 드라마에서 끝나지 않은 위 세계의 진짜 어둠을 올곧게 그려내 권력의 칼을 쥔 그들에게, 그리고 그렇고 그런 드라마에게 강한 한 방을 날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