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지난해 샤오미(小米) 레이쥔(雷軍) 회장과 10억 위안 내기를 하며 '불편한 관계'가 된 거리(格力)전기의 둥밍주(董明珠) 회장이 샤오미의 메이디(美的) 지분 인수 소식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에어컨이 주 수익원인 거리전기와 경쟁관계인 가전업체 메이디가 14일 공고를 통해 샤오미가 12억6600만 위안(약 2251억원)을 투자해 5000만주를 인수, 메이디 지분 1.29%를 보유하게 됐음을 밝혔다고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5일 보도했다. 이에 둥 회장은 " 샤오미와 메이디의 협력에 내가 조급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 사기꾼과 좀도둑이 손을 잡은 것일 뿐"이라며 신경쓸 가치도 없다고 폄하했다.
샤오미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화웨이(華爲) 등의 특허소송에 휘말릴 조짐이 감지되고 인도에서 에릭슨 특허침해로 판매가 중단된 것을 들어 "레이쥔의 회사가 나라 밖으로 나가자마자 주저 앉았다"면서 "이는 레이쥔 회장이 타인의 특허를 훔쳤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레이 회장은 "둥 회장의 이같은 반응은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라고 즉각 반박하기도 했다.
둥 회장은 지난해 '2013 CCTV 올해의 경제인물' 시상식에서 부딪힌 후 레이 회장과 날선 대립각을 보여왔다. 당시 레이 회장이 "5년 안에 샤오미가 거리전기의 매출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 둥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 두 사람은 샤오미의 매출이 거리를 뛰어 넘을 수 있는가 여부를 두고 10억 위안(약 1780억원) 내기를 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메이디 지분인수와 함께 처음으로 공개된 샤오미의 지난해 매출규모는 265억8300만 위안(약 4조7291억원), 순익은 3억47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레이 회장은 올해 샤오미 매출규모가 700억 위안을 돌파하고 내년은 100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자신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거리전기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 가량 증가한 1200억 위안(약 21조3500억원), 순익은 108억 위안으로 여전히 샤오미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둥 회장은 향후 5년 동안 거리전기의 매출이 매년 200억 위안씩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번 샤오미의 메이디 지분인수는 단순한 '거래'가 아닌 모바일 전자상거래와 물류 등 다방면 협력을 통해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메이디 역시 향후 샤오미의 지분 일부를 인수해 확실한 이익공동체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는 최근 모바일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공기청정기를 출시하는 등 '스마트홈 시장' 진출을 노리는 샤오미는 알리바바와 하이얼 협력의 대항마로 메이디를 선택했고 올 초 모든 제품의 '스마트화'를 선언한 메이디 역시 거리전기 등 경쟁업체 보다 발빠르게 관련 IT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파트너를 얻은 것으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샤오미가 메이디와 손 잡고 진출을 꾀하고 있는 스마트홈 시장은 TV, 에어컨, 냉장고는 물론 수도, 전기, 난방 및 도어록 등 보안기기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모니터링 및 제어가 가능한, 즉 가전제품과 IT 기술의 컨버전스가 실현된 시장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