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KB금융 안정화 가속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10일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점에서 리스크관리위원회와 간담회를 열고 사외이사 전원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퇴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남아 있는 사외이사는 김명직, 김영과, 김영진, 이종천, 신승환, 조재호, 황건호 등 총 7명이다. 사외이사의 일괄 사퇴로 조직 내 불안요소 중 한가지가 추가로 해결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KB금융 사태로 흐트러진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새 회장을 선출하는 일이었다. 물론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히지만 별다른 진통 없이 윤종규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며 취임했다. 그러나 윤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KB금융 사태에 대한 사외이사 책임론은 식을 줄 몰랐다.
KB금융의 최대 현안인 LIG손보 인수를 위해서라도 사외이사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고, 금융당국 역시 간접적으로 사외이사들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손보 인수 가시화…노조, 인수승인 촉구
금융위가 LIG손보 인수 승인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요구했던 만큼 사외이사의 일괄 사태로 LIG손보 인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위는 12일까지 진행되는 금융감독원의 KB금융 부문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4일 정례회의에서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LIG손보 측도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 여부가 조속히 결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LIG손보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LIG손보의 구성원들이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KB지주 사외이사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도 LIG손보의 인수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노조 측의 판단이다.
임남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위원장은 "KB지주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1년 동안 겪어 왔던 재매각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KB지주 사외이사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상 금융당국은 인수 승인을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KB지주의 사외이사 퇴진이 사실상 전산사태와 전혀 무관한 LIG손보 인수 승인의 조건이 된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LIG손보의 구성원과 고객을 인질로 삼아 서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