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 키워드로 삼고 있는 ‘개혁’의 강도를 높이는 방향을 제언하고 있다. 단순히 무엇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좀 더 확실한 고강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1일 정부 경제부처와 경제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3.5~3.7%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4%보다 최고 0.5%포인트나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정부 안팎에서는 성장률 위축으로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지 못한 것도 상반기 세월호 이후 경제성장률 하락을 막지 못했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외면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부동산 대책의 경우 올해 3차례의 큰 정책이 나왔지만 모두 3개월을 제대로 버티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제컨트롤타워 수장으로 앉혔지만 이 역시 3개월 반짝 효과를 거둔 후 이렇다 할 반전의 기회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오히려 취임 초 사활을 건 부동산 대책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재정건전성까지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또 일자리 창출이나 창조경제 등 내수 기반 정책 역시 자금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로 인해 선순환 체계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민간경제 연구소 관계자는 “최 부총리가 꺼내든 저성장·저물가 출구 전략이 생각보다 깊은 늪에 빠져다”며 “여기에 저환율·저유가까지 겹치며 ‘4저 현상’이 한국경제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민간투자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공기업이 차지한 영역을 과감하게 민간에게 개방하고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공기업 개혁의 핵심으로 꼽았다.
노동시장 역시 명확한 제도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명예퇴직제, 재고용 시스템 등 각각의 고용제도를 획일화하는 작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요구사항이다.
금융개혁은 정부에서 올해보다 더 높은 체질개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활성화 차원에서 금융시장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도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수차례 강조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 안팎에서 내년 경제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여론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며 “박근혜 정부 3년차라는 점에서 더 부담스럽다. 뭐든지 성과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