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전 세계 조선사들이 선사와 에너지 개발업체들의 물량 발주가 줄어들면서 수주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2년 이후 저가 수주로 일감을 확보했던 현대중공업은 그 부작용으로 올해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1972년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발행한 사보를 통해 “회사는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손실을 기록하며 힘든 한 해를 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 업체의 수주 확대와 엔저로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업체의 도약으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특수 선박의 건조 공정이 지연됐으며, 원가 상승과 육·해상 플랜트 부문의 시공비가 늘어나는 등 자체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주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말 현재 현대중공업의 수주 실적은 167억9800만달러로, 연초 제시한 295억6500만달러 대비 56.8%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부문별 달성률을 살펴보면 △조선 53.9%(49억3600만달러) △해양 71.9%(62억3900만달러) △플랜드 22.0%(11억4600만달러) △엔진기계 65.0%(18억8500만달러) △전기전자 74.5%(18억700만달러) △건설장비 62.9%(17억8400만달러) △그린에너지 78.2%(2억7700만달러) 등이었다. 해양 부문에서는 나름 선전했으나 조선과 플랜트 부문의 부진이 전체 실적 둔화를 주도했다.
일감이 풍부했던 시기에 각 조선소들이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물량으로 3년치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2012~2013년 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이 가격을 후려치고서라도 일간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이유다. 하지만 올 들어 저가 수주의 부메랑 효과가 불거지자 현대중공업은 예년처럼 강하게 밀고 나가지 못하면서 조업 물량은 2년치로 줄어들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에서 가장 빠른 건조기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1척의 선박을 만드는데 있어 강재절단에서 선주사에 인도할 때까지 기간이 통상 8~9개월이다. 이는 일감의 소진률이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경쟁사들에 비해 일감 확보 부담이 더 크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저가수주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격을 낮춰서라도 수주를 해서 조선소 가동률을 유지해야 할지, 아니면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대신 조선소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비용을 줄여야 할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권오갑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이후를 바라보며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봉제 도입과 임원 수 감축, 무인 생산 자동화 시스템 확대를 통해 고비용 건조 구조를 개선하고, 중공업과 삼호중공업, 미포조선 등 그룹 소속 3개 계열사 영업조직을 통합해 ‘현대중공업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수주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수주와 매출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연말까지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조직개편이 마무리 되면 2015년 이후 현대중공업은 지금보다 나아진 경쟁력 있는 업체라 탈바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