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우리 증시에 상장하는 외국기업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올해는 단 1곳도 결실을 못 맺게 됐다. 한국거래소나 금융투자업계가 외국기업 유치에 공을 들여왔지만,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외국기업 수는 2010~2013년 각각 6곳, 2곳, 1곳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우리 증시에 입성한 외국기업이 아직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가 여러 곳 있지만, 아직 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며 "이달 18일께 청구서를 낼 것으로 알려진 헝셩그룹이 내년 우리 증시에 상장하는 첫 외국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 애니메이션 기업 헝셩그룹은 현지 회계감사 강화로 일정이 지연됐다. 앞서 독일에 상장한 중국 울트라소닉(헝셩그룹과 무관) 대표가 공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난 것이 기업공개(IPO)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헝셩그룹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상하이딜로이트는 이 회사 회계감사를 다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이 IPO 주관을 맡은 해천약업은 올해 실적 악화로 상장을 재검토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해천약업은 '티 베이비'라는 상표로 유아·임산부용 화장품을 판매해왔다. 2013년에는 매출 864억원, 순이익 216억원을 기록했다.
필리핀 세부에 위치한 제이파크 리조트를 운영하는 필리핀BXT는 최근 지배구조 변화와 주관사 재선정 탓에 상장이 늦어지고 있다. 2005년 설립한 필리핀BXT는 에버저스트리얼티디벨롭먼트와 국내 투자자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전자·통신장비 제조사인 디올메디바이오가 지분 39.4%를 인수했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 담당자는 "필리핀BXT는 주관사를 삼성증권에서 우리투자증권으로 바꾸고 상장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증시에서 순수 미국기업이 처음 상장하는 사례로 관심을 모았던 미 빅데이터업체 PSI는 현재 대만이나 일본 증시 상장까지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코스닥 상장을 위해 8월 국내 벤처캐피털업체인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유치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최종 결정을 못 내렸다.
영국 콘텐츠기업인 콘텐트미디어도 올해 실적을 보고 내년에나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매출이 5477만 파운드(약 95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7% 늘었다. 영업이익은 301만 파운드(52억원)로 30% 증가했다.
다른 IB 부문 담당자는 "국내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외국기업 수가 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1년 동안 얘기만 무성했던 중국 제약업체 동인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