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의당은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정윤회 국정농단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한 것과 관련, “한가한 건지 뻔뻔한 건지 모르겠다”며 “이 정도면 단순히 유체이탈이 아닌 수준급 메소드 연기다. 연말 연기대상의 대상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종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신과 긴밀하게 얽혀있는 사안에 대해 태연하게 남 일처럼 평론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힐난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다. 막장 드라마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져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니 아닌 척, 모르는 척하면 그냥 대충 넘어갈 것으로 생각하느냐”라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일들의 핵심은 박 대통령”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정윤회씨건 십상시건 박 대통령이 똑바로 했으면 그렇게 설치고 다닐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박 대통령이 제대로 중심 잡고 일했더라면, 청와대에서 쓸데없는 암투가 벌어지고, 문건이 작성되고 유출될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
◆“朴대통령 찌라시 언급, 막장 드라마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일”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만 똑바로 하면 대한민국이 똑바로 돌아갔을 일”이라며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오죽하면 여당 내에서도 ‘레임덕’ 이야기가 나올 지경 아닌가. 이런 식이면 박근혜 정권의 미래는 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도 우울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지금 할 일은 하나뿐이다. 국정 농단의 모든 주역들을 일거에 쓸어내고, 국민들 앞에 나와 국기 문란의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는 것”이라며 “지금 이 사태를 어설픈 정치적 술수로 덮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당장 접어두길 바란다. 파국은 눈 깜짝할 새에 들이닥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꼬집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정윤회 문건’에 대해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는 정윤회 문건 파동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넘어 박근혜 정부 인사시스템 전반으로 확장하자 이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윤회 파문 초기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규정한 직후 ‘검찰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에 휘말렸던 박 대통령이 또다시 검찰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발언을 함에 따라 정치권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범야권 내부에선 박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 파동에 강경한 입장을 재천명하며 ‘가이드라인’을 제시, 제대로 된 검찰수사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검찰이 금주 중 정윤회씨와 ‘십상시’의 비밀 회동 여부에 대해 ‘근거 부족’을 이유로 사태를 일단락짓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회의론의 골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당시 행정관) 등이 연루된 ‘문건 유출’과 관련해선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문건 유출에 대해 ‘국기 문란’으로 규정한 만큼 검찰의 속도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과 궤를 같이하는 지점이다.
한편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정씨에게 오는 9∼10일 중에 출석해 조사받도록 통보했다고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