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해소하고 정규직의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비정규직의 이중구조와 경직된 정규직 고용형태를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7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비정규직 기간제 3년 연장,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 및 중규직 도입 등에 대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입사 초반에 호봉제, 중반부터는 직무·성과급제, 후반부터는 임금피크제를 각각 적용하는 복합 임금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현행의 정규직 보호 규제를 완화시키는 동시에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늘려 정규직 전환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규직 과보호 탓에 기업들이 사람을 못 뽑는다"며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통한 정규직 전환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근로자 보호 효과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원인을 정규직 보호에서 찾는 정부의 인식이 현실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및 직장인 2877명과 기업 21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와 직장인은 10명 중 6명(63.8%)이 ‘부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이 늘어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79.2%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비정규직 대책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 사이의 입장차가 뚜렷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얼어붙은 이들의 온도차에 이달 10일 발표 예정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한바탕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경직된 정규직 고용형태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상용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임시·일용직 노동자 대비 2배 이상 많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중구조가 심화되면 될수록 국가가 성장에 사용할 자원을 격차 해소에 투입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전환 비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1.1%로 16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들 사안을 단순히 정규직 과보호에 국한하고, 미봉책에 불과한 대책을 수립해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 혼자만의 정책적 지원만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전문가는 "독일의 경우 노동 개혁의 결과 200만 명의 추가 고용, 고용률도 60% 중반에서 7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아일랜드는 연평균 6% 내지 7%의 고성장을 이루는 계기를 만들었다"면서 "이는 정부와 노동계를 비롯해 노·사·정 등의 다양한 계층을 감안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진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