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국회법 ‘깔끔한 처리 실현’과 맞바꾼 ‘상임위 위상 추락’

2014-1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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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문식 기자 = 2015년도 예산안이 12년 만에 법정처리시한 내 처리되면서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 12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로 예산안 처리를 무난히 마무리한 만큼 밤을 새워가며 대치하는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정부의 예측 가능한 예산 집행 가능성을 높였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원안 또는 여당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다는 점에서 국회의 심의권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법 85조로 ‘깔끔한 처리’ 실현

여야는 지난 2일 오전부터 예산부수법안을 둘러싼 남은 견해차를 좁혔고, 이날 오후 새해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 최종 합의에 성공했다. 이는 과거 새해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논쟁과 파행을 이어가며 12월 31일까지 처리를 미루던 경험과 비교할 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예산심의 기한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발목을 잡지 못하고 깔끔한 예산 처리가 실현된 것은 바로 ‘개정 국회법’ 85조의 역할로 평가된다.

이는 새해 예산안 및 국회의장이 지정한 예산부수법안에 대해 여야가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이를 본회의에 자동부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실제 여야가 지난달 30일까지 새해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자 국회법 85조에 따라 새해 정부 예산안과 의장이 지정한 예산부수법안이 12월 1일 0시를 기해 본회의에 부의됐다. 과거에는 국회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등이 정부 예산안의 증감액 규모를 결정했지만 11월30일로 상임위 심사권이 사라져 여야 지도부의 역할이 커졌다.

◆국회법 제95조는 ‘야당 주도권’ 발판

개정 국회법 내에서 예산안 협상은 예산안 정국동안 정부와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보였지만, 마지막에는 야권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 국회의장이 지정한 예산부수법안에서 빠진 세법예산 관련 법안과 관련해 여야가 잠정 합의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국회법 제95조 5항이 그 계기가 됐다. 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세입예산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이 예산안 정국 막판 야권에 힘을 실어줬다.

올해의 경우 여야가 세월호 정국으로 정기국회를 늦게 시작하면서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가 순연됐다는 부분도 중요하다. 국회법 적용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잠정 합의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2년 연장’이나 ‘월세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및 공제대상 확대 안’ 등을 본회의에 수정안으로 올릴 수 없게 됐다면 정부 원안 처리로 합의가 무산될 수 있었다. 결국, 이는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세입예산 관련 법안 카드를 쥐고 여당과 협상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열쇠가 됐다.

◆여야협상 중시…추락한 ‘상임위 위상’

개정 국회법으로 ‘깔끔한 처리’는 물론 ‘야당 주도권’ 가능성도 확인했지만, 여야가 기한 지키기에 신경을 쓰다 실제 내용에 대한 심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을 놓고 국회의 심의 없이 ‘정부 원안 처리’가 가능해진 점에 대해서는 국회의 심의권을 약화했다는 비판도 있다. 법안 등에 대한 소관 상임위의 심사 기일이 지나면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정부 원안에 대한 꼼꼼한 심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올해 경험한 것처럼 여야 합의로 ‘수정안’을 만들어 정부 원안을 대체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상임위 의결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상임위 위상이 추락했다는 지적이다. 의석수에서 밀리는 야당이 새로운 수정안을 내놓아도 효과를 보기 힘들게 되면서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 위상까지 추락시켰다는 우려와 법안 처리 시 야당 권한이 커져 예산안과 법안에서 진정한 여야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심사를 해야 할 국회 상임위의 권한이 줄어든 것은 개정 국회법이 가진 큰 맹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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