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대표 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공룡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이어 샤오미(小米)와 징둥상청(京東商城·JD닷컴)까지 해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서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최대 스마트폰 개발업체 샤오미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일리 시티에 소재하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스타트업 '미스핏(Misfit)' 펀딩에 참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샤오미의 첫 번째 미국 벤처기업 투자로 이번 투자를 통해 샤오미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저가 웨어러블 기기 '미 밴드(Mi Band)' 라인업을 강화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미스핏 또한 중국 IT 업체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샤오미와 손잡고 아시아 시장에 미리 진출한 경쟁사 핏빗(Fitbit)에 대응해 경쟁력을 높이고, 아시아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미스핏은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홈 기기 개발 벤처기업으로, 소니 부(Sonny Vu)와 애플의 전 CEO인 존 스컬리(John Sculley), 아가매트릭스(AgaMatrix)의 CTO이자 공동 창립자인 스리다 이옌가(Sridhar Iyengar)에 의해 2011년 설립됐다. 대표 제품인 '샤인(Shine)'과 '플래시(Flash)' 등 웨어러블 피트니스 기기는 현재 5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IT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를 일컫는 BAT 기업들은 실리콘밸리 투자에 적극 나서왔다.
알리바바는 최근 몇 년간 20여개 회사에 투자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실리콘밸리에 투자팀을 설립한 이래, 최소 10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0월 미국의 검색엔진 업체 '퀵시(Quixey)'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 4월 모바일 음성통화서비스 탱고미(TangoMe)와 카풀 앱 개발업체 리프트(Lyft)에 각각 2억8000만 달러와 2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 6월에는 스마트 리모콘 개발업체 ‘필 테크놀로지스(Peel Technologies)'에 5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뉴욕증시 상장을 앞둔 지난 7월에는 미국 게임업체 '카밤(Kabam)'에 1억20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했다. 아울러 알리바바가 모바일 메신저 업체 '스냅챗'에 약 10조원 규모의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도 보도된 바 있다.
텐센트(腾讯 텅쉰) 또한 지난 2008년 미국 게임엄체 라이엇게임즈(Riot Games)에 800만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11년 라이엇게임즈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2억3100만 달러에 지분 92.78%를 인수해 최대 주주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어 지난 2012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인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지분 48%를 3억3000만 달러에 인수한 이후, 지난해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총 23억4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4월에는 스냅챗에 2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해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의 글로벌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온라인 디자이너몰 팹닷컴(Fab.com)을 상대로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에 나섰다.
또 다른 중국 대표 IT 기업으로 꼽히는 바이두는 지난 5월 실리콘밸리에 3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연구개발(R&D) 연구소를 설립하고, 구글에서 딥러닝 프로젝트 ‘구글 브레인’을 담당했던 인공지능연구자 앤드류 엔지 박사를 영입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