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 예산의 공고안 및 배정계획을 이른 시일 내에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해에 비해 예산안이 조기에 처리돼 연초부터 곧바로 예산 집행이 가능해지고 예산 관련 불확실성도 해소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를 통과한 예산 증가율 5.5%와 정부 예산안의 증가율 5.7%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내년 예산안의 큰 목표였던 경기 활성화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376조원 규모의 예산안은 3조6000억원 삭감되고 3조원 증액돼 전체적으로 6000억원이 순감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은 375조4000억원으로 2014년 예산 355조8000억원보다 19조6000억원(5.5%) 늘어났다.
어려운 경제 여건 등으로 서민 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생계비 부담 완화 등 계층별 맞춤형 복지와 일자리 관련 예산이 늘어났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늘어났다.
분야별로는 보건·복지·고용(2000억원), 문화·체육·관광(1000억원), 환경(1000억원), 연구개발(R&D, 10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4000억원), 농림·수산·식품(100억원), 공공질서·안전(400억원)이 증액됐다.
하지만 교육(-1000억원), 산업·중소·에너지(-300억원), 국방(-1000억원), 외교·통일(-100억원), 일반·지방행정(-1조2000억원)은 정부안보다 줄었다.
◇ 방위사업청 예산 2000억원 삭감…창조경제 원안 수용
여론 비난과 저금리 등이 감액에 영향을 미쳤다.
여야는 저금리에 따른 국채 이자율 조정액 1조5000억원을 줄였고 방위산업 비리 논란으로 비난을 받은 방위사업청 예산도 2000억원 이상 잘랐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예산 등도 가위질을 당했다.
야당이 삭감을 강조했던 창조경제 예산 등 소위 박근혜 예산 등은 정부안이 대부분 수용됐다.
◇누리과정 우회 지원으로 결론…'지역구 챙기기' SOC 예산 4000억원 증액
예산안 심사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3∼5세 무상보육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채 이자와 대체 사업을 우회 지원해주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여야는 지방교육청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누리과정 확대에 따른 예산 5064억원을 목적예비비로 편성해 지원키로 했다.
부양비 부과 기준을 최저생계비 185%에서 250%로 완화하는 등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내용을 반영해 기초생활보장급여 예산은 1000억원가량 늘어났다.
교사근무환경 개선비를 월 15만원에서 17만원으로 올리는 등 관련 예산을 179억원 늘리고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사업에 298억원을 증액했다.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구입비용 50억원과 고위험 산모 의료비 41억원, 인공무릎관절 수술비 20억원 등도 늘렸다.
경비·단속직 근로자의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1인당 분기별 18만원 지급하는 고령자고용연장지원금도 51억원 증액했고, 정규직 전환 촉진 지원금도 정부안보다 60억원 늘렸다.
R&D 투자 예산도 확대했다. 특히 3D프린터 기술개발 및 기반구축 예산을 정부안보다 100억원 늘렸다. 지역산업 활성화와 지역 특화 발전을 위한 R&D 투자 예산도 700억원 증액됐다.
재해예방 관련 시설투자는 271억원 늘었고 노후 병영생활관 시설지원과 부대잡무 민간용역 전환 등 병영문화 개선 예산은 300억원이 배정됐다.
SOC 투자 예산은 정부안보다 4000억원 늘었다.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끼워넣기'가 예년과 다름없이 재현됐다는 지적이다.
정부안에서 1조4470억원이었던 고속도로 건설 예산은 국회에서 756억원 늘어난 1조5226억원으로 확정됐다.
진입도로 건설 등 경제자유구역 기반시설 확충 예산도 54억원 증액됐고 접경권 발전 지원 예산도 20억원 늘었다.
평창올림픽과 광주 U대회 개최를 위한 시설·운영비는 각각 100억원과 130억원 늘어났다.
◇재정건전성, 정부안보다 개선…우려는 '여전'
재정건전성 지표인 재정수지는 정부안보다 소폭 개선됐다.
총수입이 382조4000억원으로 정부안(382조7000억원)보다 4000억원 감소했지만 총지출은 이보다 더 많은 600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안에 따른 관리재정수지는 33조4000억원 적자로 정부안보다 2000억원 개선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2.1%로 지난해 1.8%보다 늘어났다.
국가채무는 570조1000억원으로 정부안 대비 2000억원 축소됐으며 GDP 대비 35.7% 수준이다.
작년 예산 대비 총지출 증가율은 5.5%로 정부안 5.7%보다 소폭 줄었으나 지난해 4.0%보다는 껑충 뛰었다.
전체적으로 관련 지표가 국회에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애초 정부안이 워낙 확장적으로 편성된 탓에 국회에서 총지출이 조금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기 때문이다.
총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세수입도 2년 연속 '펑크'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회복세가 공고하지 않으면 예산안 상 목표를 또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