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벤처의 위기다. 투자 자금은 얼어붙었고 성장 동력도 없다. 청년 창업도 사라졌다.
꽉 막힌 자금줄을 뚫을 대안은 무엇일까?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크라우드 펀딩을 내용으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초기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자금 물꼬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를 통한 창업 사례들도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벤처, 크라우드 펀딩에서 길을 찾다
크라우드 펀딩은 군중 또는 다수를 의미하는 영어의 ‘크라우드(crowd)’와 자금제공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용어로서, 특정 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인터넷 또는 온라인 중개자(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업체)
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서 모집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과 컴퓨터 인수 및 아래한글 개발 중지에 반대해 벤처기업협회가 주도한 아래한글 살리기 운동으로 '100억원투자 국민주 운동'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일반다중으로 부터 자금을 모집한 것이 크라우드 펀딩의 시초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스타트업의 크라우드 펀딩 성공 사례로 꼽히는 온오프믹스의 경우 지난해 6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오픈 트레이드’를 통해 48명에게서 6억9388만 원의 투자를 받았다. 당초 목표액 2억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조달이다. 고객을 주주가 되게 하는 크라우드 펀딩만이 대안"이라며 "크라우드 펀딩은 스타트업 벤처가 단기간에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펀딩 받은 업체들이 다시 스타트업 벤처에 투자하는 선순환 사례가 반복되면 바로 실리콘밸리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라며 "크라우드 펀딩은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일부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이 유사 행위를 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가 눈감아주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합법이라 해도 초기 기업들은 공모 과정에서 제시해야 하는 회계감사보고서와 증권보고서 등을 작성할 여력이 없다. 이런 지적에 따라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6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아직 법 개정안이 국회를 표류하며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 표류 중인 한국 크라우드 펀딩 법안
한국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발이 묶여 있는 동안 세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나가고 있다.
미국은 2012년 4월 5일 신생 기업의 자금 조달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 신생벤처육성지원 관련 법률인 일명 '잡스(JOBS: Jump start Our Business Startups)법을 발효했다.
영국은 2013년 2월에 기업과 일반투자자를 직접 투자로 연계시키는 세계 최초의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크라우드 큐브(Crowdcube)' 모델을 공식 승인했다. 이탈리아는 2013년 7월 세계 최초로 지분투자형을 포함한 크라우드 펀딩법 시행령을 비롯한 모든 입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비해 한국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활성화의 첫 단추를 끼울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자본시장 개정법이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새판을 짜야한다고도 주장한다. 현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미국의 잡스 법을 본딴 엔젤투자 형식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엔젤투자가 활성화되어있고 국내는 그렇지 못하다.
또 크라우드 펀딩을 자본시장법이라는 큰틀안에 넣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중소기업청 창업법안에 넣어야하는데 규제법의 일종인 자본시장법의 카테고리에 넣다보니 출발부터 삐걱였다는 것. 물론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위의 조치도 이해하지만 현 단계는 규제보다 활성화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설명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크라우드 펀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환매금지, 투제제한 등 규제적 패러다임을 벗어나야한다"며 "한국형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자한도나 환매 제한 등의 규제를 풀어 실제 창업·벤처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