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팍스콘과 TSMC, 일본의 캐논과 히타치, 중국의 화웨이 등을 들면서 아시아의 IT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만큼이나 힘든 기업 승계 작업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업들은 창업자나 창업 공신에 의해 운영되지만, 이들이 노령화돼 승계 작업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를 만든 모리스 창 회장은 2005년 은퇴했다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말미암아 회사가 어려워지자 4년 뒤에 복귀했다.
83세의 고령인 창 회장은 C.C 웨이(61)와 마크 류(60) 등 2명을 승계 적임자로 보고 이들을 훈련하고 있다.
창 회장은 "(이들의 경영능력이)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후계자 양성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개인용컴퓨터 제조업체인 대만의 에이서(ACER)와 카메라제조업체인 일본의 캐논도 창업자가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경영 악화로 복귀한 경우다.
에이서의 창업자인 스탠 시(69)는 "1년 반동안 후임을 찾을 수 없어서 다시 돌아왔다"고 고백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70)도 승계를 위해 '팀'을 물색하고 있지만, 아직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창업자의 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건강에 문제가 있어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물려 줄 것으로 예상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에는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지만, 그 승계가 부드럽게 이뤄질지, 이재용 부회장이 기업을 물려받을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 스탠퍼드대학 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 4명 중 1명만 후계가 준비된 것으로 조사돼 후계 준비 부족이 아시아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특히 아시아 기업들에서 심각하다"면서 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아직도 창업자나 창업 공신들에 의해 돌아가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창업자가 수십 년 동안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기업을 끌고 오는 과정에서 후임을 키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윌리 시 교수는 "많은 아시아 IT 회사들의 문제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고 나서도 강한 창업자에 의해 가족기업처럼 운영되는 것"이라면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빅맨(Big Man)이 있는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이 언제 경영 경험을 쌓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만의 기업경영연구소인 TID(Taiwan Institute of Directors)의 앨런 차이 소장은 "후계자를 육성하려면 먼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기업을 승계할 사람은 핵심사업, 해외사업, 리더십 등을 경험해야 한다"면서 "한 명의 후계자를 만드는 데는 10년은 걸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