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3세 승계 과정에서 화학부문을 물려받을 것으로 보여졌으나 관련 회사들이 침체를 겪으면서 오히려 부담이 돼왔던 게 사실이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복귀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과거 적자기업을 인수해 살려냈던 경영수완을 재현할지 관심을 모은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사장이 화학 부문에 대한 승계 미련을 버린 것으로 보여진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외에 제일모직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맡고 있다.
제일모직은 화학사업을 분리해 삼성SDI와 합병, 전자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화학부문 지주회사격인 삼성종합화학 지분 37%를 보유해 지배구조를 형성했는데 이번에 매각키로 했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종합화학에 흡수합병된 삼성석유화학과의 거래 비중도 높았다.
삼성종합화학 지분 22.73%를 보유해 삼성전자, 또는 삼성물산과 순환출자를 연결했던 삼성테크윈도 팔린다. 이로써 이 사장의 화학사업 연관성이 완전히 지워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사장과 화학사업의 ‘케미’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 사장이 가장 많은 지분(33.19%)을 보유했던 화학 계열사는 삼성석유화학. 국내 화학산업의 최대 리스크인 중국발 공급과잉 이슈에 제대로 발목잡힌 회사다.
국내 최대 TPA(테레프탈산, 화학섬유 중간제품) 제조업체인 삼성석유화학은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자급력 확대로 사양길을 걸었다. 2010년 664만t에 달했던 중국의 TPA 수입은 매년 대규모 신증설에 따른 수입대체가 가속화돼 지난해 274만톤으로 줄었고 올해는 130만t 이하로 감소할 것이 관측되고 있다.
이에 삼성석유화학은 2011년 1674억원의 영업흑자에서 2012년 1072억원의 적자로 전환돼 지난해에도 577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2년 초 2463억원이었던 현금보유액은 2013년 말 절반 이하인 99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독일 SGL그룹과 합작법인(삼성SGL탄소소재)을 설립해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 사업에도 진출했지만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승계 빼면 부진 보여
이 사장은 삼성석유화학 합병 이후 삼성종합화학 개인 최대주주(지분 4.95%)가 되면서 화학 승계 구도가 부각됐었지만, 결과적으로 매각진행을 수월하게 위한 정지작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종합화학이 50%의 지분을 가진 삼성토탈도 지난해엔 선전했으나 올들어 급격히 쇠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토탈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771억원)이 전년동기대비 111%나 감소했다. 3분기 누적으로는 158% 줄었다. 또 지난해엔 영업으로 6361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였지만 올 상반기엔 2763억원의 손실로 전환했다. 3분기까지 1145억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2분기 3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24%나 감소한 312억원에 불과하다. 영업활동 현금도 올들어 3분기까지 –495억원을 기록해 재무상황도 악화됐다.
관심은 이들 침체 늪에 빠진 회사를 한화가 구해낼지로 옮겨 간다. 한화는 삼성에 비해 기존 화학·방산업과의 시너지로 반전을 일으킬 요소를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이번 2조원대의 과감한 투자결정에는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져 그의 복귀설이 불거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마술사’, ‘M&A 승부사’ 등의 별명을 가진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은 과거 수백억원 적자에 허덕이던 한양화학을 인수해 1년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바 있다. 또 한화생명을 인수해 1년만에 생명보험업계 2위로 만든 사례로 자주 회자된다. 김 회장의 M&A 전략으로 한화는 현재 석유화학, 기계, 금융, 건설, 레저·유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산규모 37조원의 한화는 이번에 총 자산가치 13조원의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4개사를 인수하면서 재계 10위 한진그룹(39조원)을 제치고 9위로 올라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