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돈풀기 전쟁...고민 깊어지는 한은

2014-11-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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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일본과 유로존에 이어 중국까지 '돈풀기 경쟁'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내리고 있지만, 1%대로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석달새 22조원이나 늘어난 가계 빚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연구기관과 시장은 원화 가치 절상 우려 및 디플레이션 발생가능성 등을 들어 추가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6월 말(1038조3000억원)보다 22조원(2.1%) 늘어난 106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은행, 대부사업자, 보험사 등의 가계대출 외에 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포함한 가계빚 지표이다.

3분기 기준 가계신용 증가폭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가계신용은 판매신용 증가 등 계절적인 요인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4분기의 증가폭이 가장 크다.

올 들어 3분기까지 가계신용의 누적 증가액은 39조원에 달했다. 통상 4분기 증가폭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가계신용 증가액은 2012년 연간 증가액(47조6000억원)은 물론 지난해 연간 증가액(57조6000억원)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계신용의 증가폭 확대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8월 시행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두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의 여파가 컸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 신중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가계대출은 확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 비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부진하다"며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가계빚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시장과 일부 기관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일본과 유로존이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소비세 추가 인상을 철회하고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고 밝혔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추가 경기부양 의지를 재확인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주요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상황에 한국이 가만히 있으면 원화 가치는 절상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금리인하 효과를 1~2개월 정도 보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 한차례 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중국 금리 인하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인민은행의 금리인하가 위안화 강세 압력 완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실물지표 회복세 약화나 원화 강세 전환 등이 가시화할수록 국내 금융시장이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키워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준금리 인하로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중국 수출품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이는 수출 채널을 통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 18개국)과 일본, 한국의 물가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이날 한은이 추가로 신속하게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일본과 유사한 형태의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저 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져 굳어지지 않도록 물가안정목표(2.5∼3.5%)를 준수하기 위한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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