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2016년 1월 대만 총선의 전초전인 29일 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인 국민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국민당의 지지율이 우세했던 타이베이(臺北) 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결과 민심이 여당인 국민당에서 이미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대만 연합보가 최근 보도했다.
대만 연합보와 대만 뉴스채널 TV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당 롄성원(連勝文) 후보가 대만대병원 외과의사 출신이자 무소속인 커원저(柯文哲) 후보에 완전히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격차가 18%포인트에 육박해 일각에서는 커 후보의 당선을 미리 점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의 배경도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주목된다. 롄성원 국민당 후보는 부총통과 행정원장의 요직을 거친 롄잔(連戰)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박사 출신의 엘리트다.
반면 커원저 후보는 공직 선거에 첫 출마하는 정치 신인이다. 커 후보는 거침없는 언사로 정치권에 불만을 가진 무당파 세력과 청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야권 단일후보로 올라섰다. 대만 제1당인 민진당도 사상 처음으로 따로 후보를 내지않고 인기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커 후보를 지지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최근 대만에서도 불거진 소위 '하수구식용유' 사건으로 국민당 및 마잉주 총동의 지지율이 급격히 내리막길을 탔다. 아울러 홍콩과 마찬가지로 친중국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마 총통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진 상태다.
타이베이 시장선거의 흐름은 기타 지역의 상황은 물론 향후 총선의 그림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타이베이 외 나머지 직할시의 시장도 현재 여당인 국민당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국민당 강세가 뚜렷했던 타이베이 시장의 소속이 바뀐다는 것은 결국 다른 지역에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타이베이 시장 선거가 차기 총통으로의 등용문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민심의 동향은 중요하다. 앞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은 물론 마 현 총통 모두 타이베이 시장을 거쳐 대만의 수장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타이베이 등 직할시 시장을 야권에 내주게 되면 2016년 총선에 나서는 국민당이 큰 타격을 받게 됨은 물론 친중국 인사를 지지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는 29일 치뤄지는 대만 지방선거는 현지출신 인구 비중이 60%에 달하는 타이중(臺中), 가오슝(高雄), 타이난(臺南), 타이베이, 신베이(新北), 타오위안(桃園) 등 6개 직할시 시장을 비롯해 구민대표까지 총 1만1000명의 공직자를 선발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선거다. 아홉단계 공직자를 한꺼번에 선출한다는 뜻으로 '지우허이(九合一)'라고도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