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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 오비맥주 부회장
오비맥주는 20일 AB인베브 부사장인 프레데리코 프레이레(Frederico Freire·43) 씨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기존 장인수 사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브라질 태생인 프레이레 신임 대표는 그동안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의 통합 부사장으로 활약했다.
지난 1996년 AB인베브에 입사해 18년간 영업과 생산, 물류, 구매 등 다양한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친 글로벌 맥주 전문가다.
프레이레 대표는 "한국 1등 맥주 브랜드 '카스'를 일궈낸 오비맥주 가족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세계 최고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접목시켜 오비맥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친정체제로 가동시키면서 장인수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인수 부회장는 앞으로 대외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영업 전문가'라는 장점을 살려 국내 주류도매점과의 커뮤니케이션 유지는 물론 대관 및 언론 담당 업무 등 대외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AB인베브로서는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외국인 CEO 단독체제로 모험을 하기보다는, 국내 주류시장에서 '큰손' 불리는 장인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안정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재인수한 이후 장인수 부회장에 대한 인사 관련 루머는 꾸준히 제기됐다.
아시아 시장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오비맥주는 AB인베브 본사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였지만 영업 전문가인 장 부회장은 언어를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소통이 매끄럽지 않았다.
이에 AB인베브는 글로벌 사업을 위해 새로운 인물 영입을 시도했다. 지난 9월부터 하이트진로, 롯데 등 국내 대기업 임원 출신 인재를 대상으로 수차례 면접도 진행했다. 하지만 대다수 인물이 장인수 부회장의 영업력에 못 미쳤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역시 기대 이하였다.
결국 오비맥주를 무기로 아시아지역 사업 확대가 필요했던 AB인베브로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APAC)의 통합부문 부사장을 지내며, 아시아 맥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부사장을 선임한 것이다.
이번 인사는 AB인베브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장인수 부회장의 행보에 따라 국내에서 오비맥주의 사업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 부회장은 이번 인사로 업무가 대외협력으로 한정됐고, 실질적인 경영권은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사장에게 넘어갔다. 장인수 부회장의 운신 폭이 좁아진 것이다.
기존에 있지도 않던 '부회장'이라는 직급까지 만들어 인사를 단행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사실상 팽을 당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AB인베브의 ‘친정 체제’가 가동되면서 사실상 장인수 부회장의 퇴출 수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AB인베브의 의도대로 장인수 부회장이 주류도매점 등 국내 영업망과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프레이레 신임 사장이 글로벌 사업 기틀을 마련하면 모르지만, 장인수 부회장의 퇴출이 이뤄지면 국내 시장에서의 위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여름 '카스 산화취' 파동으로 오비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 기반이 없는 외국인 CEO체제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오비맥주에게 반등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내수 시장에서 위기가 시작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장인수 부회장의 향후 거취가 오비맥주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