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25번에 이어 생명과학II 8번도 복수정답 가능성이 제기되자, 20일 정치권에서 수능시험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TV방송화면 캡처]
2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험생들로부터 생명과학II 8번 문항 오류 논란이 일자 평가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학회 2곳은 오류를 인정한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우선 생화학분자생명학회는 ②번과 ④번 모두 복수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학회인 한국미생물학회는 당초 정답이라고 밝힌 ④번은 정답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며 정답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실상 생명과학II 8번 문항 오류로 인해 복수정답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평가원은 학회들의 의견을 종합해 오는 24일 최종 정답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생명과학II 8번의 복수정답에 따른 논란과 수험생들의 혼란은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영어 25번 문항에서 보기 5번을 고른 수험생은 전체 2% 정도로 복수 정답을 인정하더라도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생명과학II 8번 문항은 수험생의 75%가 평가원이 정답으로 발표한 4번이 아니라 2번을 선택해 복수 정답이 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정치권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잇따라 수능시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평가원은 하루빨리 (영어 25번, 생명과학II 8번 문항 등) 출제 오류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도 수능시험 오류 논란이 제기됐으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상 없음’ 결정을 했다가 1년여 만에 법원 판결에서 ‘정답 없음’ 결정이 내려져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하며 "교육당국은 수능 출제방식과 관리, 검증체계 등 종합적인 점검으로 이 같은 수능 혼란이 재현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 (영어 25번, 생명과학II 8번 문항 등) 거듭되는 출제오류 논란은 지금의 폐쇄형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수백명의 출제위원들이 한 달여 동안 외부 출입이나 연락을 끊고 합숙하면서 출제하고 검토하는 형태는 풍부한 인력풀과 충분한 검토에 취약하다"면서 "합숙에 응할 수 있는 인력도 한정되어 있고, 문제를 내고 살피는 시간도 짧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교육부의 정책연구 ‘대입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인용, "'일본의 반개방형 출제체제, 문항 공모제 및 문제은행 구축,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폐쇄형 예비시험 등을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궁극적으로는 개방형 출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