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국무역협회]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변하며 한국의 대중 수출이 불리해지고 있다.
중국의 소비시장 변화가 자본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중국 수출 성장세 둔화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중 FTA 타결 등으로 양국의 산업 연관성이 더욱 높아졌지만 한국이 중국과의 기존 무역구조를 고수하다가는 갈수록 퇴보할 것이 우려된다.
한국은 중국의 대(對)세계 수출에 필요한 원부자재, 중간재의 주요 공급국으로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대중국 수출이 확대돼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지난해 628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대세계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중간재 자급능력 확대로 인해 중간재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과거에 비해 둔화되는 추세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2010년 34.8%에서 2011년 14.8%, 2012년 0.1%, 지난해 8.6%를 기록했고 올들어서는 –0.7%(9월까지)로 오히려 수출이 감소했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 이지선 연구원은 “신창타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새로운 성장방식에 따라 중국경제는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교역방식도 과거 성장을 이끌어 왔던 가공무역에서 탈피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자본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중국의 교역 둔화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세계 공장 역할 주춤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2000년대 중반 24.5%에서 점차 둔화돼 올해 2.1%에 그친 탓이다. 특히 중국의 수입 품목이 점차 한국에 불리하게 변화하고 있다. 전기전자,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 수출 주력 품목의 중국 수입이 역내 평균 수입 증가율보다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하는 흐름이다. 올들어 9월까지 전기전자는 –6.7%, 조선은 –43.3%, 석유화학은 –5.6%, 철강은 –1.0%의 감소율(전년 동기 대비)을 나타냈다.
이는 중국의 성장 방식 변화 및 경쟁력 강화에 기인한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서히 둔화돼 올해 5.1%에 그친 바 있다. 수출 둔화는 주로 단순 조립 가공무역분야에서 이뤄져 중국의 전체 교역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8.5%에서 올해 32.0%로 감소했다.
이처럼 중국의 세계 공장 역할이 주춤해지자 2002~2012년 연평균 30%씩 증가해온 한국의 대중국 자본재 수출도 올들어 1.8%에 그쳤다.
◆“한국, 대중 수출 품목 바꿔야”
일본‧대만 등 제3국과의 경쟁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엔저가 지속되면서 중국 시장 내 스마트폰 부품,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 업체에 점유율을 빼앗긴 바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 품목은 여전히 자본재 품목에 집중돼 있다”며 “수출 품목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 윤우진 연구원은 “한국의 주력산업은 중국 등에 쫓기는 입장으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중간재를 중심으로 분업구조를 더욱 다양화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산업‧무역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원은 “한국은 산업구조가 고부가·고기술화하지 못하고 중진국 발전 단계인 범용 제품 위주의 수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비가격경쟁력 제고, 신산업의 주도 등을 통해 산업구조가 모방형에서 창조형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