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행과 대한상공회의소가 머리를 맞댔다.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의 수출도 서비스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과 대한상의는 27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시대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기업, 학계 등 각계의 주요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환영사에서 "각국이 경제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미·중 간 패권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 격화할 전망"이라며 "공급망 문제는 정답이 없고 앞으로도 어떻게 풀어갈지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기업이 투자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한 묶음으로 제공해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메가 샌드박스'를 제안하며 "돌 하나에 새 하나를 잡는 게 아니라 '일석다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경영대학원 교수도 "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여 경제 안보와 효율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드윈 교수와 이어지는 대담에서 이창용 총재는 "한국에서는 제조업에 집중된 경제를 어떻게 서비스 경제로 전환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며 선진국이 장악한 서비스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에 대해 짚었다.
또한 이 총재는 "제조의 서비스화는 통화정책 방향 면에서도 중국의 공급이 세계의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사점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수출 다변화 면에선 유럽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은 조사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2020년 기준)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4%)의 두 배에 이른다. 제조업 총산출의 절반 정도가 해외에서 소비되거나 해외 생산 과정의 중간재로 쓰이는 '직·간접 수출품'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비스업 수출 비중은 16% 안팎으로 글로벌 평균(25%)보다 작다. 2010년 이후 최근까지 한국의 연평균 서비스 수출 증가율(4.6%)도 글로벌 서비스업 성장률(6.0%)을 밑돈다.
한은은 미래 공급망이 △중간재 상품보다 중간재 서비스 중요성이 커지고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가속화하며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 변화 대응에 크게 좌우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망 재편 대응을 위해선 반도체 등의 초격차 기술 선점 차원에서 국제 연구·개발(R&D) 협력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배터리·전기차의 경우 수입선 다변화와 핵심 광물 비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은은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