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 업종별 기상도보니… 대응책 마련 분주

2014-11-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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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베이징 공장 라인 모습


아주경제 양성모·윤태구·정치연·이재영·박재홍·김지나·박현준·이소현 기자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마무리되며 국내 산업계는 업종별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빗장이 열리며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석유화학, 물류, 항공 등의 기업들은 한중 FTA를 새로운 기회로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중국발 저가 제품 공습으로 인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FTA 타결로 큰 영향이 없는 곳도 있다. 전자 업종은 중국 현지에 이미 생산공장과 판매법인 등 사업 거점을 갖추고 있어 무역장벽 해소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산업은 아쉬움과 안도감이 공존한다. 특히 이번 FTA를 통해 자동차 부품 업체의 수출 확대를 기대했지만 무산됐고, 중국발 자동차의 공습으로 내수시장 타격이 예상됐으나 양허품목에서 제외돼 한숨을 돌리게 됐다.

◆ 석화·항공·철강…기대 높지만 실익은 '글쎄'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FTA 체결 후 관세 철폐 혜택이 다른 산업 대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제 1위 수출 시장이다.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45%, 석유 제품의 18%가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수입하는 합성수지 제품의 관세율이 5.5~6.5%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합성수지 제품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아울러 2% 수준의 관세가 붙었던 기초유분, 중간원료 제품도 FTA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자급률 상승, 제3국과의 경쟁 격화 등은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내 생산량이 많거나 자급률이 높은 일부 품목의 경우 FTA 체결로 오히려 중국산이 우리나라에 더 싼 가격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철강업계는 한중 FTA 체결로 수출경쟁력 강화는 물론 내수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관세 인하로 인한 중국 내수판매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고, 제품 경쟁력 우위를 통한 시장개척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항공업계도 양국간 비즈니스 확대와 제조업 무역 활성화로 여객과 화물 수요가 동반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 업계에서는 한중 비즈니스가 활발해짐에 따라 비즈니스 여객 수요가 늘어나고 LCD 패널 등 제조업의 수출 활성화로 화물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실익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해운 업계도 한중간 교역이 늘면서 양국간 물동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우리 기업들에게 미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전자 업계…중국발 저가제품 역수입 우려

전자 산업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한국과 중국의 FTA 체결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경우 중국에서 판매하는 대부분 제품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 등 무역정책 변화의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반도체, 휴대전화, 컴퓨터 등 IT 제품은 첨단 전자산업 교역을 자유화하기 위한 정보기술협정(ITA) 때문에 FTA에 상관없이 이미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LCD 패널은 이번 협상에서 관세를 10년 이내 철폐하기로 양국이 합의해 사실상 FTA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LCD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보호·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12년 LCD 패널 관세율을 3%에서 5%로 높였으며 LCD 패널 자급률을 올해 60%에서 2015년 8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한중 FTA 체결로 값싼 중국 IT·가전제품 수입 물량이 늘어날 경우 우리나라 가전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 IT·가전업체들은 최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입 제품을 밀어내며 자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 우리시장으로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형 가전제품의 경우 값싼 중국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자동차 업계는 안도감? or 아쉬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부문은 양국 모두 양허 제외됐다. 이 같은 결정은 양국간 이해상황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수입 완성차에 22.5%의 관세를, 자동차 부품은 6~10%대 관세를 매기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중국에서 직접 공장을 운영, 현지 생산해 판매하기 때문에 수출 규모가 크지 않을 뿐더러 관세 부분에서 큰 영향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생산·판매한 차량은 157만여대인데 비해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4만8000여대에 불과하다.

또한 업계에서는 자동차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될 경우 값싼 인건비와 품질을 앞세운 중국산 수입차들이 장기적으로 국내 업계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왔다.

중국 역시 자국 브랜드를 통한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인 상황이다. 이에 중국 역시 자동차를 최우선 보호(초민감) 업종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중국으로 수출되는 에쿠스와 같은 대형 세단과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붙는 관세 22.5%가 내려가면 고급브랜드 시장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며 중국 시장에서 더욱 판매를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부문 역시 관세 인하를 통해 현지 수출 품목을 늘릴 기회로 봤다. 특히 현지 생산시설이 없는 중소 부품사의 경우 이번 FTA로 중국으로의 공급망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한편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한중 FTA 협상에서 자동차가 양허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현지화 전략 위주로 중국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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