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야근에도 생산성은 꼴찌... 암묵적 야근문화 '팽배'

2014-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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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창업 IT회사에 취업한 A씨(30·남)는 회사에 입사한지 일년 육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5일 야근과 토요일 출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야근 업무에 염증을 느껴 하루는 야근 수당을 회사 측에 요청해 보았으나 돌아온 이야기는 "회사의 군기가 빠졌다며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3일정도 잠도 안자고 코딩하는게 기본 이였다. 요새 젊은 애들은 빠져서 문제다" 는 잔소리만 들었다.

패션디자인학과를 전공한 B씨(30·여)는 대학 졸업 후 명품브랜드쇼핑몰에 취업했다. 해외브랜드 판권을 사와 온라인 쇼핑몰 국내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명품쇼핑몰 회사에서 B씨는 혹독한 직장생활을 경험했다.

정해진 퇴근 시간은 없고 밤 10시~11시까지 야근의 무한 반복, 야근수당도 따로 없고 그게 너무나 당연했다. 몸을 혹사시켜가며 일하던 B씨는 만성피로와 위염에 시달렸다. 주변에선 "불만 없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 라고 했지만 B씨는 "돌아보니 꿈을 꾸던 나는 없고 기계적인 생활만 남았다" 라며 한탄했다.

야근근무와 저임금이 당연한 기업들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뿌리 깊은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야근은 직원들에게 휴식의 기회마저 빼앗는다.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할 때 생기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업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 2,092시간이라는 연 평균 1위라는 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낮은 생산성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벨기에 핀란드는 야간근무를 공식적으로 금지하거나 교대근무 등으로 야간 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독일 포르투갈 영국 등도 특별하게 야간근무를 하더라도 하루 8∼1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얼마나 많은 야근을 하고 있을까.
취업포털 '잡부산시대(http://job.busansidae.com)'에서 국내 직장인 8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야근을 얼마나 자주 합니까?' 라는 문항에 전체 응답자의 42%가 '야근을 자주 한다. (일주일에 2회 정도)'라고 대답했고 '야근을 매우 자주 한다. (일주일에 3회 이상)' 라고 응답한 사람이 24%로 조사됐다.

직장인들의 평균 야근 시간은 2시간 24분이며, 일주일에 평균 3회, 총 7시간을 더 초과근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평균 야근시간은, 공기업(6시간 36분), 대기업(6시간 18분), 외국계 기업(6시간 12분)은 6시간대로 조사됐으나, 중견기업(7시간 18분), 중소기업(7시간 6분)으로 7시간대가 나왔다.

한 IT회사 관계자는 "야근을 강요하는 사회다. 암묵적으로 야근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적은 인력으로 많은 업무를 시킨다. 야근을 인건비 절감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업무를 하다 보면 야근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유급 야근을 함으로써 기업과 직원 모두 ‘야근이란, 꼭 필요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게 바람직한 문화이다"라고 꼬집었다.

취업포털 잡부산시대 관계자는 "직장생활과 삶의 적절한 균형을 제공하는 것은 앞서가는 기업이 가져야할 필수사항"이라며 "그것을 해치는 1순위인 야근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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