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공무원노조와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에 격렬히 반대하고 나섰지만, 새누리당은 3일 회유와 협박을 동시에 하며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말 전국의 공무원과 교원 등 12만여명이 여의도에서 반대집회를 연 것을 의식하면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대표는 “지금의 고통분담이 미래세대를 위한 황금저축이라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와 함께 사기진작을 위한 처우개선 정책도 반드시 만들겠다”며 공무원들에게 당근을 제시했다.
이와 동시에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의 협상 주체인 야당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협박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주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아직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서 반응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지금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정부에게 가져오라는 요구와 더불어 공무원연금 뿐만 아니라 공적연금을 전부 다루자고 하고 있다”면서 “둘 다 지연작전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지금 서둘러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지 못하면 정치 일정상 향후 10년간은 개혁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시기를 놓치면 정부의 재정부담이 약 40조원이 더 들어간다. 새정치연합의 (공무원연금 개혁) 지연작전은 40조원 짜리”라고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정치 일정상 내년 초에는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있고 이후 총선과 대선이 이어지는 등 중요 선거가 없는 해가 거의 없어, 지금 기회를 놓치면 향후 10년간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정부 여당의 연내처리 방침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군사작전’이라 비판한 것을 겨냥해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정부여당에 숨어서 비겁하게 졸속이다, 개악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라며 “국민들 사이에서 눈치 보지 말고 공무원 설득에 동참해 달라”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한편 지난 1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에는 전국에서 12만명에 달하는 공무원과 교원이 운집했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에 참여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이날 총궐기대회가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의 공무원·교원집회”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자체 집계를 통해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6만명,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3만명, 한국노총연금공동대책위원회 1만명, 한국교총 1만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3000명 등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한 목소리로 외치는 한편 동일한 문구가 적힌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른 백발이 성성한 퇴직공무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이주완 전국퇴직공무원협의회장은 “공무원연금은 정부가 공무원에게 보장한 채권인데, 이제 와서 이 약속을 깨려고 한다”면서 “연금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20년 만에 빨간 띠를 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