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권 감사·사외이사 자리에 잇따라 정치인 출신들이 선임되면서 '정피아(정치+마피아)'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경험이나 능력을 떠나 정치권과의 관계에 따라 금융권 주요 인사들이 임명되면서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치권 인사들이 잇따라 은행과 금융공기업의 감사 및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있다. 감사와 사외이사는 눈에 잘 띄지는 않는 것에 비해 연봉·복리후생 등 처우가 좋아 그동안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 자리로 꼽혀왔다.
감사는 법인의 회계 및 경영상황을 감시·감독하고 내부 비리·부조리를 적발하는 직무감찰 기능을 맡는다. 사회이사 역시 이사회에 참석해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권한과 혜택만 누리고 본연의 업무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신임 감사로 이수룡 전 서울보증보험 부사장을 내정했다. 그러나 이 감사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대선공신에게 자리를 마려해준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주부터 이 감사의 출근을 저지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달 정수경 변호사를 상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면서 정피아 논란에 휩싸였다. 정 변호사는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41번을 받은 이력이 있다.
금융 공기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공기업의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주택금융공사 국정감사에서 "서종대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현 한국감정원장)이 한국감정원 사장에 응모하고 정권에 로비하기 위해 퇴임 직전 5명의 이사들을 줄줄이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상임이사에 임명된 한상열, 최희철 이사와 올해 1월 선임된 윤문상, 김기호, 이순홍 비상임이사 모두 새누리당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당직자 출신이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임명된 예금보험공사의 문제풍 감사도 2012년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같은 달 선임된 정송학 자산관리공사 감사는 2006~2010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 광진구청장을 지냈고, 2012년에는 새누리당 공천으로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서울보증보험의 조동회 사외이사 역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 출신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데 정치인 출신이 이같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며 "차리라 똑같은 낙하산 인사라면 그나마 전문성을 갖춘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낫다는 말도 나올 정도"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