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차(茶)의 종주국'으로 불려온 중국이 아시아의 주요 커피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10년간 중국의 커피 수출은 꾸준히 증가해 1998년 60㎏들이 13만7000 포대이던 것이 2012년에는 110만 포대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커피 수출량의 1%에 약간 못 미치는 양으로, 코스타리카의 수출량과는 같은 수준이다.
현재 윈난성에서 8만명 이상의 농부들이 커피 원두를 재배하고 있고, 이 중 상당수는 커피와 차를 함께 생산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윈난성 커피산업 협회측에 따르면 윈난성은 현재 160만묘(亩)에 달하는 커피 농작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약 12만t의 커피 원두를 생산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커피를 지역 특산품으로 개발해 3년 후인 2017년까지 커피 생산량을 연간 20만t 규모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1988년부터 윈난성에서 커피를 수입하기 시작한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의 경우 2005년 149개였던 윈난성 커피 재료 공급업체가 현재 2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네슬레는 2012년 기준으로 윈난성으로부터 1만1400t의 커피 원두를 사들였으나, 2015년에는 1만5000t으로 구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네슬레 중국지사 커피농업서비스팀의 우터 데스메 팀장은 "중국산 아라비카 커피의 부드러운 맛과 향은 온두라스나 과테말라산 커피와 유사하다"면서 "네슬레와 같은 유럽 커피 제조사의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스타벅스나 볼카페(Volcafe) 같은 국제적 커피기업들 또한 윈난성 현지 그룹과의 합작을 통해 중국 커피 시장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2년 중국 아이니(艾妮)그룹과 윈난성 성도 쿤밍(昆明)시에 합작 법인을 설립해 윈난성 커피 생산 및 가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또 스위스의 최대 커피 수출업체인 볼카페는 중국의 '스마오(思茅) 아라비카즘 커피'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중국 윈난성의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 제고에 나섰다.
이처럼 중국 윈난성에서 커피 생산이 늘고 있는 이유는 다른 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커피로 재배 업종을 전환하는 농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기준, 윈난성 농부들이 커피로부터 거둬들인 수입은 같은 면적에서 재배된 차로부터 거둬들인 수입의 두 배에 달했다.
윈난성의 독립 커피수출업자인 지지 청은 "국제 커피거래에서 윈난성 커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윈난성 커피에 대한 수요 증가는 커피의 원산지를 크게 따지지 않는 중국인들의 소비 습성과도 결부돼 있으며, 커피를 마시는 중국인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에서 커피를 마시는 중국인은 연간 15% 정도 늘고 있다. 이는 전세계 평균 증가율 2%에 비하면 매우 빠른 성장 속도다.
윈난성이 생산하고 있는 아라비카 커피는 1880년대 후반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윈난성에 도입됐으나, 본격적인 생산은 100년이 지나 중국 정부와 UN 개발 프로그램의 투자가 이뤄지면서부터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커피 주요 생산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등으로,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대부분은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사용되는 저품질의 로버스타 품종이다. 이에 중국은 지역적 특성과 아열대 기후를 기반으로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해 내는 윈난성을 커피 원산지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