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따라 예산안 법정심사 기일 전날인 12월 1일에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만큼 여야 모두 짐짓 비장한 각오로 예산안 심의에 착수했다.
우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마음은 과거 어느 때보다 다급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시정연설에서도 밝힌 것처럼 경제활성화를 위해 올해만큼은 제때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현재로선 법을 준수해 예산을 제때 처리하겠다고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도 흔쾌히 기한 내 처리를 약속했다.
정부가 제출한 376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엇갈릴 뿐 아니라 내년 세입·세출과 관련돼 예산과 함께 처리해야 하는 예산 부수법안이 숨은 복병이어서 기일을 지키려면 논란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담뱃세 인상 등 핵심적인 증세 논란이 되는 법을 예산부수법에 묶어 원샷에 처리하려는 반면, 야당은 세법 심사를 통해 '부자감세 서민증세'를 막아내겠다는 입장이어서 벌써부터 전운이 감돈다.
우선 새누리당은 당정 간 교감을 거쳐 이미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등 21개의 세법 관련 예산부수법의 명단을 확정, 이달 말까지 관련법을 처리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세웠다.
예산 부수법은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일괄 리스트를 제출, 이를 국회의장이 예산정책처와 협의해 결정한다. 새누리당은 상당수 법안이 이미 부수법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최소 세수 1조8000억원가량 증가가 예상되는 담뱃세 인상 관련법을 예산부수법에 포함시켜 반드시 통과시키는 데 우선 주력할 계획이다.
반면 '부자 감세 서민 증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예산안 자체보다 오히려 세법 개정안 심사에 주력, 박근혜 정부의 '서민 호주머니 털기' 증세에 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부자 감세' 조항으로 지목해 온 법인세와 관련해 추가 인상이 합의되지 않으면 세법 통과가 불가하고, 담뱃세 인상 등 쟁점법안에 대해선 세법이라고 해도 분리심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담뱃세가 내년 세수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인 만큼 법인세 문제 등과 함께 맞물려 심사가 막판에 이르면 여야 간 '빅딜'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야당 내부에서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여야는 예산소위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기획재정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경우 늦어도 6일까지 소위 구성을 완료하기로 방침을 정해 당장 이번 주부터 상임위별 심사는 예정대로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