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여행의 종착지라면 여행의 시작은 단연 유럽이다. 프랑스의 에펠탑을 보여 사색을 즐기고, 독일의 맥주를 마시며 흥건히 취하고, 영국 신사들 틈에서 여유를 부리기도 할 수 있는 곳, 그리스의 작은 섬 산토리니에서의 호화 요트까지. 유럽은 여러 나라의 문화를 동시에 접하면서 세계 속 다양한 사람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오묘하면서도 신기한 매력이 있는 그런 대륙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곳을 어찌 안 가볼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거다. 가난한 대학생들은 몇 달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직장인도 용돈을 쪼개고 모아야 갈 수 있는 거금이다. 게다가 족히 열흘은 넘게 걸리니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쉬이 엄두가 나지 않는 게 유럽 여행이다.
유럽 여행에 대한 욕구가 넘치는데 현재 처한 상황과 여건이 쉽게 짐을 꾸릴 수 없다면 음악극 '유럽 블로그'를 보길 권한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박차고 난생처음 유럽 여행길에 오른 동욱이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는 실제 우리네 여행담과 비슷하다.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잠깐의 인연이지만 어느새 진한 우정으로 똘똘 뭉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이 직접 떠난 유럽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떠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경관 속에 어우러진 사람들, 어느 때보다 행복한 얼굴은 꽤나 감성적이다. 게다가 3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져 마치 실제 유럽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든다.
이렇든 '유럽 블로그'는 일상생활에 찌든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선사하는 힐링극이다. 유럽 여행을 조장하는 연극.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유럽 블로그'로 대리만족 해보는 건 어떨까.
'유럽 블로그'는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15년 1월 18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