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단통법] 단통법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2014-10-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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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테크노마트 상우회 회원들이 13일 오전 을지로 한 이동통신사 본사 앞에서 '단통법 페지'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전 국민이 평등하게 단말기를 사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안’ 일명 '단통법'이 등장한지 한달만에 폐지냐 존속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불법 보조금 차별을 개선하고 단말기 유통을 투명하게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올바른 취지로 시작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보조금이 제한되자 전 국민이 오히려 비싸게 단말기를 구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단통법의 탄생이나 중간과정을 제껴놓더라도 결과적으로 단말기 구입하기 어렵고 비싸졌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단통법은 온 국민이 폐지해야할 악법 1순위로 지목중이다. 법안을 내놨던 국회는 오히려 단통법을 시행한 정부와 통신사를 탓한다.

누구의 문제일까? 해법은 무엇일까?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단통법'을 집중 해부해본다.

단통법 시행 후 단말기 구입 가격이 비싸졌다. 

보조금 상한선을 정해 단말기 유통을 투명하게 하고 전 국민이 저렴한 가격에 단말기를 사게하겠다는 단통법이 왜 전 국민이 비싸게 단말기를 구입하게 하는 법이 됐을까? 

◆전 국민을 호갱으로? 평등하게 비싸게 

시중 고객들이 보통 원하는 단말기는 최신 스마트폰이 대세다. 최신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비싸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이동통신사가 부담하는 거액의 보조금이 있었기에 최신 스마트폰을 사실상 공짜로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가 부과하는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보조금에 상한선이 걸리고 저가 단말기와 저가 요금제에도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전체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었고 결국 단말기 구매 부담을 키우는 재앙을 초래했다.

예컨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의 경우 2년 약정에 최소 87만9000원(LTE 62요금제)을 내야한다. LTE 최고 요금제인 LTE100으로 가입해도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11만1000원에 불과하다. 정부 압력에 못견뎌 SK텔레콤이 지난 23일부터 갤럭시노트4 보조금을 최대 22만으로 상향키로 했지만, 이미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다보니 단말기 판매량도 급감했다.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직전 1주일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35만5000대였지만, 시행 직후 1주일간은 10만1000대로 뚝 떨어졌다. 71.5% 줄어든 것이다.

보조금이 줄어드니 통신사가 이익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통사로서는 가입자가 줄어드니 전체적으로 보면 이득이 없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휴대전화 생산원가를 공개하고 출고가를 내리라는 정부의 압박에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비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사야하는 고객의 원성은 말할 것도 없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근본적으로 단통법은 경제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관료의 논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법"이라며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인하가 목적이라면 경제논리에 따라 가격과 품질경쟁을 유도하면 된다. 보조금 규제를 바탕으로 한 단통법은 실효성이 없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통법은 '청부입법'?·국회 졸속 행정 지탄

작년 5월 발의된 단통법은 올 5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하지만 의원들의 논의가 이뤄진 것은 작년 12월23일과 올 2월26일 두 차례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 때 뿐이다.

이마저도 단통법이 휴대전화 값에 미칠 영향보다는 삼성전자가 반대한 분리공시 도입 여부 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단통법은 정부가 청탁해 의원들이 대신 법안을 발의하는 소위 ‘청부 입법’의 전형적 절차를 밟았다. 그만큼 법안 발의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다. 정부 입법은 법안 제출까지 8~9개 절차를 거쳐야 한다. 6개월 이상 걸리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활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의원 10명만 찬성하면 즉시 법안을 낼 수 있다. 까다로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도 거치지 않는다. 예산 문제도 피할 수 있다. 정부 부처가 어지간하면 청부 입법이라는 우회로를 선호하는 이유다.

단통법 발의 후 통과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이지만 발효된지 한 달만에 폐지 논란이 불붙었다. 

한 전문가는 "단통법 부작용의 핵심 원인이 기업 간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에 있다"며 "가격경쟁을 통해 싸게 구입해야할 단말기가 가격경쟁 제한으로 비싸게 구매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 개정안의 상당수가 분리공시 도입 등 규제 강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분리공시란 보조금을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과 이동통신사의 요금 할인액으로 구분해 공시하는 것이다. 판매장려금이 공개되면 글로벌시장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게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의 주장이다.

결국 정부의 말만 믿고 처리한 단통법은 의원들의 발을 찍은 꼴이 됐다.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정부도, 국회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피해는 비싼 값에 단말기를 구매해야하는 국민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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