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이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낮은 가계저축률이 향후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은 4.5%로 1년 전 3.4%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일시적으로 높아지긴 했지만 가계저축률은 2001년 이후 5%를 넘은 경우가 2004년(8.4%)과 2005년(6.5%) 두 차례에 불과하다.
가계저축률은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24.7%로 정점을 찍은 이후 1990년대 평균 16.1%를 기록하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2001년(4.8%)부터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은행이 저축 권장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수익구조가 다각화한 외국 은행들과 달리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를 통해 수익의 대부분을 유지하는 국내 은행들은 저금리가 본격화한 후 예·적금 유치에 무관심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예·적금에 붙는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했다.
가계저축률 하락의 구조적인 요인으로는 가처분소득 증가율 정체, 인구고령화에 따른 피부양인구 증가,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확대, 저금리 기조 등이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둔화로 가계가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한 게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즉 가계가 저축을 안 한게 아니라 못했다는 것이다. 연평균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1990년대 10%대를 상회하는 증가율을 보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5% 내외로 하락했다.
금리 하락으로 저축에 대한 유인이 줄어든 것도 큰 요인이다. 실질금리는 1990년대 연 10%대에 육박했지만 2011년 0.41%, 2012년 1.57%까지 하락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초반까지 떨어진 올해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외에 가계부채 급증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저축할 여력이 감소한 것도 저축률 감소의 주요 요인이다.
장기적으로 소비여력 증대를 위해 가계저축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저축률 급락과 파급 영향' 보고서를 통해 "가계저축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투자는 0.25%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9%포인트 각각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가계저축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투자와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노후 소득보장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며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계의 소득기반을 확충하고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