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 강소 가전 기업 모뉴엘이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조273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 클럽에 가입했고 로봇청소기 경쟁력을 중심으로 생활 가전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이 한 순간에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표면적인 이유는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해외시장의 수출 대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모뉴엘이 IBK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액이 61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모뉴엘은 지난해 매출 1조2737억 원, 영업이익 1103억 원, 당기순이익 601억원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도 177%로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출 액수를 허위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세청은 모뉴엘이 서류조작으로 액수를 부풀려 수출채권을 금융권에 판매한 혐의로 박홍석 모뉴엘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겉으로 드러난 수치는 양호했지만, 지난해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잠적해 원인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대표와 창업자 간의 불화설도 나오고 있다.
창업자 원덕연 부사장이 지난 7월 조직 개편에서 박 대표와 마찰을 빚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협력사·투자자 연쇄 피해 불가피
상황이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모뉴엘에 대한 분식회계 가능성, 채권단의 부실대출심사 여부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당국이 사태 파악에 나서면서 곧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태로 협력사와 투자자들의 연쇄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뉴엘에 직접 납품하는 협력업체나 2~3차 협력업체는 약 1000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모뉴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부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협력업체들은 자금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 피해도 우려된다. 모뉴엘은 비상장사이지만 자회사 잘만테크는 코스닥 상장사이기 때문이다.
잘만테크 주가는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알려지면서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잘만테크 주주들은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 “이러다 상장폐지 되는 것 아니냐”, “마른하늘에 날벼락”등의 글을 올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회사의 개인 지분은 40%에 달한다.
재정적 지원을 해주던 모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회사도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 빌게이츠가 주목한 회사…“충격”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벤처기업의 성공사례로 꼽힌 모뉴엘의 몰락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2007년 세계최대 가전전시회(CES)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던 빌 게이츠가 “한국의 모뉴엘을 주목하라”고 말해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모뉴엘은 8년 연속 CES에 참가하며 단독 부스를 통해 제품을 전시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최근 수년간 상승세를 유지했다.
매출은 2009년 1637억 원, 2010년 2952억 원을 기록하며 증가해 지난해에는 1 조 원을 돌파했으며 영업이익도 2009년 136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103억 원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모뉴엘은 홈시어터 PC를 비롯해 위해 로봇청소기, 제빵기 등 생활가전으로 영역을 넓혔다.
미국·독일·일본·중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올렸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4에 참가해 연말까지 50인치 TV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모뉴엘은 지난 20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법원은 법정관리 개시결정은 한 달 안에 내려진다.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개시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모뉴엘은 파산절차를 밟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