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2014년도 상반기(4∼9월) 무역수지가 5조4271억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올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한 35조8969억엔, 수입은 2.5% 늘어난 41조3240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도 상반기의 무역적자(4조9963억엔)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앞서 블룸버그가 발표한 전문가 전망치(7800억엔 적자) 보다도 적자 규모가 컸다. 상반기 무역 적자 비교가 가능한 1979년도 이후 최대 규모의 적자액이다.
이날 동시에 발표된 9월 무역수지도 9583억 엔의 적자로 집계돼 27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작년 9월의 무역적자는 9432억 엔이었다.
일본의 무역 적자액이 늘어난 주된 원인은 엔저에 따른 기업경쟁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부진한 탓이다. 비록 엔저 약세로 일본의 수출액은 최근 7개월 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상승폭은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유도한 엔화 약세에도 수출이 큰 폭으로 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수출 부진은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기업의 상당수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현재의 엔화 약세의 효과를 누리지 못한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수출 증가폭은 미미했던 반면, 엔저 약세로 수입은 크게 늘면서 무역적자를 견인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에너지 수입의 증가세가 가파르게 상증 중이다. 원전가동 중단 조치 여파로 에너지 공급이 줄었지만, 수출 증가에 따른 제조업 기업들의 에너지 수요는 더욱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주요 수입 품목인 액화천연가스 수입 규모는 같은 기간보다 21.0%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엔저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늘어났지만 동시에 수입비용이 올라가면서 무역적자 폭 확대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무역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엔저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문부호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