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16일 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가 기획·재무 업무를 담당한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조직개편에 따른 임원 배치 결과, 정 상무는 기획실 소속으로 기획과 재무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고 22일 밝혔다.
인원 축소와 기능 통합 등의 재정비 끝에 새로 꾸려진 현대중공업 기획실은 기획팀, 재무팀, 인사팀, 커뮤니케이션팀, 윤리경영팀, 준법경영팀, 자산운영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됐으며, 현대중공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획 및 조정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기획실장은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인 권오갑 사장이 맡고 있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잠시 입사한 뒤 유학과 보스턴컨설팅그룹 근무 등을 거친 뒤 지난해 6월 재입사한 정 상무의 경영수업은 이제부터 본격화 될 전망이다. 보직을 맡은 이후에도 정 상무는 울산 본사에 남아 회사 경영의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인 기획과 재무 업무를 통해 전략과 전술, 자금 운용 현황을 익히는 한편, 조선소에 근무하는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는 등 내실을 다질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영업 등 회사의 대외 업무를 맡는 얼굴마담 역할은 전무 이상 승진한 이후가 될 전망이다. 선주·발주처와의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수주산업인 조선·플랜트 산업의 역사상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이들 고객들과 만나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전 의원이 회장에서 물러난 1989년 이후 25년 동안 오너가 임원 없이 철저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이들이 닦아놓은 유·무형 자산을 정 상무가 얼마나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지도 관건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 상무는 본격적으로 실적을 직접 챙김으로써 CEO 등극을 위한 최종 능력을 검증받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서는 정 상무가 CEO에 등극할 때까지 필요한 기간이 얼마나 될지 섣불리 단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처럼 오랜 기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