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뚜껑 열린 '내일도 칸타빌레'는 물과 기름처럼 좀처럼 섞이지 않는 배우들의 호흡과 원작 캐릭터와의 낮은 싱크로율, 그리고 허술한 짜임새와 전개로 시청자에게 실망만 안겼다.
시청자가 느낀 '배신감'은 시청률로 이어지고 있다. 8.5%(닐슨코리아 기준·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을 시작했지만 3회 연속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방송 3회 만에 추락한 시청률(5.8%)은 원작이 누렸던 인기가 무색할 정도다.
시청자는 '내일도 칸타빌레'의 전개가 진부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단 한 가지, 음악에 대한 칭찬 만큼은 이견이 없다. 한 회를 가득 채우는 클래식 선율을 듣는 것이 '내일도 칸타빌레'를 보는 가장 큰 재미라는 것.
지난 21일 오후 방송에서는 차유진(주원)과 설내일(심은경)을 비롯해 오합지졸 S오케스트라의 고군분투 음악 성장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그려졌는데, 제작진은 S오케스트라의 첫 공연 연주곡으로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선택했다.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클래식 음악이 안방극장을 가득 채웠다.
'내일도 칸타빌레'의 클래식음악을 총괄하는 이종진 지휘자는 "베토벤은 9개의 교향곡을 썼는데, 3번부터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을 위해 작곡된 이 곡은 고전주의 음악이지만 낭만적인 아이디어로 작곡돼 틀을 깬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며 "완벽한 차유진 또한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로 인해 꿈을 펼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틀을 깨고 성장하려 애쓴다. 같은 맥락에서 말리 교향곡 '부활'도 잠깐 등장을 하는데 자신의 암울한 상황을 극복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차유진과 설내일의 피아노 이중주, 차유진과 유일락(고경표)의 협주 장면은 '내일도 칸타빌레'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모차르트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 장조 K.448'를 연주했는데 타인과의 소통 능력이 부족한 두 사람이 서로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조화를 이뤄나가는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차유진과 유일락의 협주곡인'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1악장'또한 마찬가지다. 설내일을 통해 조금씩 타인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차유진이 곡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의 개성만 추구하며 겉멋을 부리던 유일락을 이끌며 좋은 지휘자로서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과 어울리는 곡.
'내일도 칸타빌레'는 클래식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열정을 불태우는 열혈 청춘들의 사랑과 빛나는 성장 스토리를 그리겠다는 기획의도를 지키기 위해 방송되는 한 시간 안에 클래식을 응축시키고 있다. 어려운 클래식 음악이 드라마 안에 녹아들면서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끄러진 '내일도 칸타빌레'의 돌파구는 없는 걸까. 그것은 '야경꾼일지'(동시간대 시청률 1위 MBC 드라마)의 종영도 아니고, 주원과 심은경의 러브라인도 아니다. '내일도 칸타빌레'가 추구하는 귀를 즐겁게 하는 클래식, 그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