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아셈정상회의 기간 ‘극과 극’을 보여준 한중-한일 관계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만나 제2차 고위급 접촉 등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측의 지지의사를 확보하는 등 한중관계는 어느 때보다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6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 17일 오전 1시) 제10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열리는 밀라노 국제회의장에서 리 총리와 회담을 하고 제2차 고위급 접촉 등 최근 남북관계 현안과 북한 비핵화,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 등 전반적인 대북정책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했던 `민생, 환경, 문화의 작은 통로'를 통한 통일론을 소개하면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통일을 지지하며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남북접촉은 적극적인 의미를 갖고 있고,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회담에서 남북대화 진전과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측의 공개적인 지지의사를 확인함에 따라 정부가 오는 30일로 제안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 북한이 대화와 도발 등 ‘화전양면’ 이중적 행태를 보여 왔지만,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남북대화 국면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아울러 향후 무력대결보다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은 상품과 농수산물 개발수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 협정(FTA)과 관련, 지난 7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처럼 연내 타결 방침을 재확인했다.
통신, 문화, 관광 등이 포함된 포괄적 수준에서 FTA를 체결하고, 창의적인 대안 모색과 유연성 발휘를 통해 FTA 타결을 이뤄나가자는데 양 정상은 공감했다.
이처럼 중국과 한반도 문제, 경제 협력 등 돈독한 우의를 재확인했지만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셈 정상 회의에 참석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아베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가을제사 공물을 봉납했다는 교도통신 보도가 나오면서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8월 아사히 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보도를 취소한 이후 일본 내에서 거세지는 과거사 부정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연내 한일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회의 참석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하는 등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