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연내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동결이냐, 인하냐'보다는 인하 시기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당장 10월 인하를 점치는 쪽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와 함께 '척하면 척'이라며 금리인하 압력을 넣는 정부를 근거로 든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조정해 0.25%포인트 인하한 뒤 9월에는 연 2.25%로 동결했다.
그러나 10월 기준금리는 인하론이 대세다. 9월 금통위에서 정해방 위원이 추가금리 인하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난데다 일부 위원들 역시 경기 회복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하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실제 한은이 지난달 4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5%로 7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6월 소비 및 투자 둔화로 인해 7월 말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8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6%로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로 7개월 만에 최저치다. 금리 인하로 저물가를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린다.
같은 날 한은이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7일 한은 국감장에서 "올해 성장률은 3%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7월 전망치(3.8%)보다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기준금리 인하의 근거가 된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성장률과 함께 금리도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기를 정한다면 11월보다는 당장 10월이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성장률은 3.6%로 보고 있다"며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만큼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11월보다는 10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금통위원 성향 등 여러 변수를 보면 10월 인하 가능성이 8월보다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물가 수준을 고려해 금리를 내리고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은 국감장에서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 등은 "최근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 과감하고 선제적인 금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를 당부했다.
이처럼 10월 인하론이 우세하긴 하지만 일각에서의 반론도 나온다. 한은이 지난 8월 금리를 한 차례 내린 만큼 한 달 더 효과를 지켜보고 움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보통 3∼6개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로널드 맨 HSBC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금통위가 8월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언급한 것은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시그널"이라며 "한은이 추가 인하를 하기에는 시점이 이르다"고 진단헸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외치는 가운데 동결을 주장한 곳도 있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까지 급상승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부담스럽고, 특히 향후 미국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급격한 원화가치의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