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김기준 의원실, 2014년4월말 기준]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생명보험사들이 미지급된 자살보험금을 두고 소송전에 본격 돌입했다. 사회통념상 자살을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금융당국과의 갈등은 물론 관련 민원도 크게 증가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ING생명,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생보사 4곳에 이어 삼성생명, 알리안츠생명, 동부생명 등 5곳도 최근 미지급된 자살보험금에 대해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제기된 39건의 민원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소송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약관에 착오가 있던 건 사실이나, 이번 사건 때문에 자살을 재해로 인정할 수는 없다"며 "그동안 나왔던 판례만 봐도 결과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번에 제대로 법률적인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를 받은 ING생명은 행정소송까지 검토 중이다. 앞서 2003~2010년 ING생명의 약관에는 보험가입 고객이 자살면책 기간인 2년을 넘겨 자살할 경우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2배 많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ING생명은 이를 어기고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와 함께 과징금 4억5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지난 8월에 제재를 받은 ING생명은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생보사들의 소송과는 별개로 미지급 자살보험금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소송 제기와 별개로 생보사들을 대상으로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이 포함된 상품들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라며 "다만 ING생명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판결 결과에 따라 과징금 부과, 자살보험금 지급 등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송전에 나서자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이들 보험사에는 최근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최근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보험금 지급 문제를 묻는 문의전화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경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변호사는 "보험사들이 자살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약관상에 있는 특약에는 2년이 지나면 지급받을 수 있는 것처럼 명시됐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사유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총 2179억원이다. ING생명이 653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생명(563억원), 교보생명(223억원), 알리안츠생명(150억원), 동부생명(108억원), 신한생명(103억원)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