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한-일 지식인 140명의 '한국의 지知를 읽다'

2014-10-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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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저 : 노마 히데키 ㅣ 역 : 김경원ㅣ 그림 : 이상남 ㅣ 위즈덤하우스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책을 산 그날, 나는 밤을 새워 책을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 예술가의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 그 책을 통해 나의 미래를, 영화감독의 삶을, 예술가의 자세를,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입문서를 읽은 것이었다. 폴 고갱이 자유를 위해서 배가 고파도 목걸이를 매단 개가 되지 않고 배고픈 늑대로 살았던 것처럼."( '이명세, 고은의 [이중섭 평전]에 대한 글' 중에서)

 "책은 인간 백남준의 인생과 ‘예술을 모른다.’는 백남준의 예술을 조용하게 진술한다. 1960년대 뉴욕의 반항아들은 고립된 고급예술에 반기를 들고 조지 마키우나스를 중심으로 플럭서스Fluxus 본부를 창설하고 무정부주의, 허무주의의 극을 행위예술로 표현했다. 책은 시작에서부터 자연스럽게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에 초대한다. 독자들은 백남준과 구보타, 그의 주변 작가들과 함께 뉴욕 아방가르드의 거리를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남, 구보타 시게코의 [나의 사랑, 백남준]에 대한 글' 중에서)

 지난 2월, 일본의 쿠온 출판사에서 '한국·조선의 지를 읽다'라는 책이 출간됐다. 한국의 지식인 46명, 일본의 지식인 94명이 ‘한국의 지知란 무엇일까?’라는 뜻밖의 질문에 진지하고도 열정적인 답변을 남겼다.

 이 책 '한국의 지知를 읽다'는 '한국·조선의 지를 읽다'의 한국어판이다.

‘한국의 지’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한국의 지’라는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히 지내는 사이, 일본인 학자 한 사람이 ‘한국의 지’에 주목했다. 노마 히데키, 세계문자사에서 ‘한글’의 혁명성을 말하는 책 '한글의 탄생'으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글학회 주관 제6회 주시경상을 받은 인물이다.  2010년에 출간된 이 책은 일본 지식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주며 마이니치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을 받았다. '한글의 탄생'이 ‘지’의 관점에서 한글을 조명한 그의 첫 번째 ‘지’ 프로젝트라면, '한국의 지를 읽다'는 ‘지’의 관점에서 한국의 지 전체를 조망한 그의 두 번째 ‘지’ 프로젝트다.

"심한 말일지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이라는 단어와 ‘지知’라는 단어가 붙어서 논의된 적이 기본적으로 없습니다. 물론 한국의 예술, 영화와 드라마, 노래, 배우, 가수 등 대중문화는 일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예술로서 감동하긴 했지만, ‘지’로서 함께하는 대상은 아닙니다." (노마 히데키 인터뷰 중에서)

 이 책에서 ‘지식인’은 ‘한국의 지식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어권의 학자가 기획자로 나선 만큼 한국과 일본의 대표 지식인들을 모두 아우르며 보편적 지로서의 ‘한국의 지’를 살펴본다. 희귀하고도 열정적인 학자덕분에 한일 양국 140명의 지식인이 ‘한국의 지’를 논하는 프로젝트다.

 쟁쟁한 필진들이 이책에 모였다.   처음 기획된 2013년 3월경부터 일본어판이 출간된 2014년 2월까지, 노마 히데키와 140명의 필자들은 한국의 지를 규명하기 위해 1000통이 넘는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140명이 ‘한국의 지’와 부딪힌 순간을 담은 이 책은 이런 길고도 치열한 시간을 통해 완성됐다.

일본어권 필자들이 추천한 책은 총 265종, 한국어권의 필자가 추천한 책은 총 135종이다.

 한국어권과 일본어권 필자가 공동으로 추천한 책으로는 최인훈의 '광장',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전7권),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박경리의 '토지'(전20권), 노마 히데키의 '한글의 탄생―[문자]라는 기적'이다.

 독특한 형상으로 이어진 표지 그림은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이상남의 작품이다. 그는 이 책에 구보타 시게코의 '나의 사랑, 백남준'을 추천했다. 752쪽.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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