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배재정 의원(새정치연합)이 전국 국·공립대, 법인대학 31곳을 대상(한국방송통신대학 제외, 8월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석좌교수, 초빙교수가 없는 학교는 공주대, 한국체육대학교 단 두 곳으로 일부 대학에서는 학문적 업적과는 거리가 있는 국회의원, 장관, 차관 등 고위직 출신 인사와 기업인을 석좌교수로 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빙교수의 경우에도 ‘국가기관, 교육 및 연구기관⋅공공단체 또는 산업체 등에서 근무하였거나 근무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학위 등 교수자격 요건의 예외까지 인정해 더 쉽게 임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둬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스펙 쌓기 통로로 활발하게 악용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공립대 석좌.초빙교수는 학교당 40명 꼴로 전임교수 현원 대비 7.21%에 달했고 31개 학교 중 29개 학교가 별도 정원이 없어 무한임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31개 국·공립, 법인대학의 경우 전임교수에 대해서는 엄격한 정원관리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석좌교수와 초빙교수에 대해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금오공과대를 제외하고 29개 학교가 정원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아 무한임용이 가능했다.
31개 대학의 석좌교수는 71명, 초빙교수는 모두 1145명으로 전체 전임교수 1만6866명 대비 7.21%, 학교당 39.23명에 달했다.
목포해양대 21.3%, 전북대 16.7%, 경북대 14.74%, 충북대 12.72%, 울산과학기술대 11.90%, 서울과학기술대 11.88%, 부산대가 11.45%로 전임교수 수 대비 10%를 넘어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빙교수의 임용 절차는 각 학교마다 대부분 비슷하고 각 단과대학(대학원)에서 대학(원)장이 추천해 총장에게 승인을 요구하면 총장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승인하는 구조로 일부 인사위원회나 교수위원회 등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 학교가 있으나 대부분 생략된 채 별도의 심의 없이 추천만으로 임용이 결정되는 실정이다.
석좌교수의 경우 석좌교수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 초빙교수보다는 엄격하게 관리가 되고 자격요건도 더 엄격하지만 ‘총장이 인정하는 자’와 같은 예외규정도 함께 있어 뛰어난 석학이 아니더라도 석좌교수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강사나 연구원이 임용된 경우는 63.7%였고 36.3%는 사기업 임원, 고위공직자, 정치인 등이 차지했다.
사기업 임원 출신은 13.2%, 고위공직자·공공기관임원 및 공무원이 11.2%, 정치인이 3.6%, 언론인 2.5%, 군 장성은 1.7%였다.
31개 대학 중 원래 취지에 맞게 석좌·초빙교수제도를 정상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학교는 강릉원주대, 목포대, 안동대, 전남대, 한국교원대, 한밭대 등 6곳으로 석좌·초빙 교수가 한 명도 없는 2곳을 포함하면 8곳 정도였다.
전문강사나 연구원이 석좌·초빙교수로 임용된 비중이 50%가 되지 않는 학교도 경남과기대, 군산대, 순천대, 창원대, 전북대, 인천대, 제주대, 한국해양대, 강원대 등 9곳이나 됐다.
전북대의 경우 170명을 석좌·초빙교수를 두고 있으나 33%인 56명만 전문강사나 연구원이고 정치인이 21%인 35명, 언론인이 14%인 23명, 고위공직자, 공무원이 12%인 19명이었다.
서울대는 106명의 석좌·초빙교수 중 22%인 23명, 서울시립대는 13명 중 38%인 5명, 강원대는 74명 중 22%인 16명이 고위공직자 및 공공기관 임원 출신이었다.
배 의원실은 대학이 교육이나 연구와는 관계없는 퇴직 고위공직자나 공무원, 기업인, 정치인을 임용해 이들에게 ‘교수 경력 쌓기’ 기회를 마련해 주고 이들을 활용해 대외활동과 교원확보율 등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좌·초빙 교수에 대한 강의료 등 급여는 대부분 학교회계나 기성회계에서 충당되지만 서울대의 경우 특정 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기부 받은 발전기금을 통해 지원하기도 했다.
서울대의 경우 이런 발전기금으로부터 급여를 수령하는 교수는 12명으로 전체 초빙교수 104명의 11.5%에 해당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초빙교수인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의 경우 법학발전재단에서 학교발전기금 기부 형태로 연봉 1200만원을 지급하고 문창극 전 중앙일보 대기자는 서울대동창회에서 연봉 4,000만원, 정흥보 전 춘천MBC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연봉 5000만 원을 지급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의 경우 교수의 연봉을 책임지는 것과 별개로 학교 측에 해당 교수의 임용을 조건으로 학기별 300만원씩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지난해 9월 창원대학교 석좌교수로 임용된 문병창 CK회장의 경우 임용되기 5개월 전인 지난해 4월 17일에 학교발전기금으로 3억원을 기부했다(문병창 회장은 지난 9월 15일 석좌교수의 임기가 끝난 상태).
원칙적으로는 특정인을 지정해 임용시키는 조건으로 기부할 수는 없지만 ‘특정 학과’를 지정한 기부는 가능해 해당 단과대학장과 사전 입맞춤만 된다면 사실상 특정인을 석좌·초빙교수로 임용되도록 할 수 있다고 배 의원실은 지적했다.
의원실은 학교입장에서 기부금을 내는 기관이나 단체가 원하는 사람을 초빙교수로 임용해 주기만하면 별도의 인건비가 들지 않고 기부금까지 받을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고 이렇게 임용한 초빙교수들을 대외협력 활동에 적극 활용하고 각종 대학평가의 지표가 되는 교원확보율까지 높일 수 있어 1석3조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초빙.석좌 교수 중 연구자, 전문강사 외 ‘기업가, 정치인, 고위공직자, 공기업임원, 공무원, 언론인’ 등 제도 취지에 벗어나 임용된 교수들 442명만 따로 뽑아 분석하면 평균 주당 강의 시간은 2.5시간에 불과했다.
442명의 58%에 해당되는 257명은 전혀 강의를 하지 않았다.
군산대(0시간), 부산대(0.3시간), 전북대(0.4시간), 제주대(0.4시간), 창원대(0.4시간) 등 5개 학교에서는 주당 1시간도 강의를 하지 않았다.
석좌·초빙교수의 경우 별도의 연구계획서나 연구 성과물을 제출해야할 의무도 없다.
배재정 의원은 “대학이 교육이나 연구라는 목적에 맞지 않게 고위공직자나 기업인, 정치인의 경력 쌓기 통로로 제공하고 이들을 통해 학교발전기금을 받거나 대외활동의 창구로 활용하면서 교원확보율까지 높일 수 있어 국·공립, 법인대학의 74%에 해당되는 23개 대학이 손쉬운 임용절차, 허술한 정원관리 등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석좌·초빙교수를 임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학의 행태는 학교의 이익과 교수자리를 맞바꾸는 일종의 ‘장사’로 ‘교수자리 팔아먹기’인 셈이고 그 대상이 사회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공기업 임원, 기업인, 정치인, 언론인 등에 몰려 있다는 것은 대학에서도 우리 사회 지도층의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또 “이렇게 임용된 교수들은 자신들에게 교수라는 타이틀을 부여해준 대학에 보은하기 위해 전직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또 다른 부조리를 생산해 낼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 평가받는 서울대학과, 공립대학인 서울시립대, 전북대, 강원대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역 국립대학들의 상황이 이 정도라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한 주요 사립대학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석좌교수, 초빙교수 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석좌교수나 초빙교수를 임용할 때 반드시 인사위원회 등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대학별 사정에 맞도록 운용규정 등을 통해 정원을 두도록 함은 물론 강의 최저시수를 두는 한편 연구목적일 경우 연구 성과물을 제출해 평가받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