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인 레드카펫 행사는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됐다. 여배우들의 과감한 노출도 레드카펫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명 ‘꽈당’ 사고도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작품 초청 배우 위주의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제성은 없었지만 주최 측의 의지는 배우들에게도 전해진 모양새다.
이튿날 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화를 보기 위해 모인 부산 시민들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영화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질서를 지키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은 화제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검색어가 오르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김태용 감독과 결혼한 친한(親韓) 배우 탕웨이와 성숙미를 뽐낸 김새론 정도가 누리꾼의 관심을 받았다.
현장에서도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개천절이 낀 황금연휴였지만 개막 다음날인 3일부터 관객이 현저하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티켓 구매를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영화제 초청 여부와 상관없이 해운대를 방문한 연예인들이 오르는 블루카펫 행사가 폐지되면서 영화제에 참석하는 연예인 수가 크게 줄었고, 시민들의 발걸음도 뜸했다. 최민식, 김희애, 박유천을 주인공으로 진행된 한국영화기자협회 주관 행사 ‘오픈 토크-더 보이는 인터뷰’가 그나마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차분하고 격조 있는 영화제를 지향했다면 성공이지만, 필름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그대로 축제의 자리를 바랐다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년은 ‘2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다. 성인이 될 부산국제영화제가 2015년에는 품격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