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중국에 1996년 닝보법인, 2007년 롱솅법인 공장을 각각 완공해 선박용 블록과 해양설비를 생산하고 있으나 완성품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대규모 조선소 건설은 이번이 처음으로, 확정된다면 검토 20여년 만에 실행되는 것이다.
전태흥 삼성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 경영지원실장)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혹은 말레이시아에 2017년까지 약 1조원(약 9억5000만 달러)을 투자해 조선소를 건설하고 이곳에서 벌커, 탱커 및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거제 조선소에서는 석유가스 관련 해양제품 및 고부가가치 대형선박 건조에 집중하고, 마진율이 낮은 중소형 선박은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이 해외 조선소 건설을 검토한 것은 20여년 전인 1990년대 초다. 당시에는 대대적인 조선업 호황으로 조선소의 신·증설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신조선 수주 가격의 안정을 위해 도크의 신·증설을 자제토록 주요 조선국 간에 합의돼 있어 국내에서는 조선 호황기에 대비한 도크 증설이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았다. 현대미포조선이 베트남에 현대비나신을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었으며, 삼성중공업도 향후 이어질 조선 호황기에 대비해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인건비가 싸고 선박의 통행이 많은 동남아 지역에 조선소를 건설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는 사정이 전혀 달라졌다. 조선산업을 키우기 위해 중국이 조선소를 난립 수준으로 건설하면서 일감 확보를 위한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선주사의 상선 발주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또한 브라질과 필리핀 등 신흥 국가들은 자국 건조주의를 앞세우며 글로벌 조선사들에 상선 발주의 대가로 자국 조선소 투자를 유도하는 등 지역주의까지 결합돼 일감을 따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등 조선 선진국들은 기능공의 고령화와 임금 상승에 따른 경쟁력 축소가 심화되면서 저가·저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별도의 조선소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대응하려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조선사가 해외에 진출한 사례는 대우조선해양이 루마니아 몽골리아와 중국 옌타이, 오만드라이도크, 앙골라 등에 현지 조선소를 운영 중이며,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비크에 역시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