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아직 살아있는 열정을 보여줍시다.”
중장년층 채용박람회 행사장 한쪽 벽에는 ‘인생 2막’을 응원하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깔끔한 정장차림의 한 신사는 신입사원 못지 않은 열정으로 한 손에는 서류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몇십장 출력한 이력서를 들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머리 희끗한 장년층도 채용공고 앞에서 돋보기를 썼다 벗었다하며 한참을 들여다봤다.
삼성, 현대 등 그룹협력사들의 채용기준 및 인재상은 대표적으로 어학실력, 현장경험, 조직융화 등을 꼽았다. 해외 현지법인에서 일할 수 있게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능통자를 우대했다. 또 업체들은 구직자의 서류상의 자격증 보다 현장을 누비며 습득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울러 회사에서 오래 일할 수 있으며 나이어린 직장상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융화력도 필요조건으로 꼽았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인 한송통상은 무엇보다 ‘중국어 회화실력’을 중요한 채용기준으로 꼽았다. 조영민 관리부 차장은 “현재 회사가 필요한 경력자는 10년 이상의 품질관리 분야의 경험을 가진 중국어 능통자”라며 “중국현지법인에서 해외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년층 보다는 40대 중년층을 선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해 현기차 해외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된 광성기업은 ‘조직융화’를 중요한 채용기준으로 삼았다. 성필호 대표는 “재취업자의 경우 다양한 경험이 강점이지만 오랜 습관화로 신입사원보다 교육시키기 어렵다”며 “나이 어린 상사와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갖춘 준비된 사람”을 인재상으로 꼽았다.
자동차 부품과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부품을 만드는 삼성협력사 네덱은 ‘현장경험’을 우선시 했다. 네덱 채용 관계자는 “서류상 자격증 보다는 현장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연세가 있어도 책임감이 강하고 업무에 전문지식 등 특장점을 보유한 사람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회사와 구직자간 ‘동상이몽(同床異夢)’
업체들과 구직자들간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업체들은 요건에 맞는 지원자가 없는 점을, 구직자들은 채용기준이 다소 높은 점을 각각 지적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채용박람회의 특성상 돌아보다가 현장에서 여러 군데 면접을 보는 형태라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 대해 잘 모르고 오는 경우도 많다”며 “회사가 요구하는 직군과 다른 직무를 생각하는 지원자 물론 복장과 이력서 등 준비가 안 된 지원자들도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2년 전까지 공무원 생활을 한 정문권씨(62)는 “집에 있는 것도 산에 가는 것도 하루 이틀뿐이라 일을 하고 싶어 채용박람회에 찾았다”며 다만 “채용기준이 다소 높은 것 같다. 은퇴 후를 준비하는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구직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제조업계 인사총무 임원 출신인 김 씨(57)는 “업체들을 살펴보니 1~2명 뽑는 곳도 많고, 한정된 직군, 나이제한 등 제한적 요소가 많아 들인 비용에 비해 전시효과가 큰 것 같다”며 “구직자와 기업간 일대일 매칭 등 실질적으로 도움 될 수 있는 부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