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가 10조5500억원이라는 거액에 현대차그룹에 낙찰되면서 이 지역 일대 아파트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알짜 부지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예정되면서 인구유입 및 랜드마크 건설에 따른 대형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동 타임공인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은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면서도 "한전부지 낙찰 직후 장기적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간 최고가 아파트로 손에 꼽힌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145㎡의 경우 지난 7월까지 21억8000만~22억원 선에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저층은 23억원, 고층은 24억~26억원까지 매물이 나왔다. 다만 절대적인 가격대가 높은데다 단기간에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1억원 이상 오르면서 대기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지하철 7호선 청담역세권인 진흥아파트 전용 104㎡ 역시 두달 새 8억7000만원에서 9억~9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상승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을 끼고 한전부지 맞은편에 있는 대치동 일대 역시 상승세다. 대치동 현대아파트 전용 85㎡는 지난달보다 2000만원 오른 8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따라 재건축 단지들이 즉각 반응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9억원으로 한 달 만에 3000만원 가량 올랐고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동 상아3차의 경우 10억원에서 10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삼성동 크로바공인 관계자는 "삼성·대치동 일대는 직주근접에 학군수요 때문에 대기수요가 지속적으로 있다"며 "다만 최근 호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고, 집주인들 역시 오른 가격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전부지와 연계해 동남권 마이스(MICE, 국제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 단지로 개발되는 잠실운동장 인근 잠실동 일대의 집값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상대적으로 중소형이 많고 가격대가 낮아 실거래가 속속 이뤄지면서 재건축 단지인 주공5단지가 이달 들어 2000만원 가량 올랐고 레이크팰리스·트리지움·엘스 등도 중소형 위주로 1000만~2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강남권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입주 단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재건축 연한 단축의 직접 수혜단지는 많지 않지만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한전부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강남권에서 흔치 않은 대형 사업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강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