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계자는 18일 한전부지 낙찰에 실패한 것에 대해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10조5500억원의 금액을 써내 낙찰자가 됐다. 삼성전자가 얼마를 써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삼성도 현대차의 입찰가에 놀라는 눈치다.
삼성이 입찰 이전 구체적 부지 활용계획을 밝히지 않았던 만큼 입찰 탈락에 따른 기회손실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삼성 안팎에서도 입찰 탈락에 따라 삼성전자가 받게 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삼성은 서초동 삼성타운과 태평로 옛 본관에 여유 공간이 있어 사무 공간을 늘릴 필요성이 높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 중인 상황에서 이번 대규모 인수 건은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으로도 주목받았다.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입찰에 성공하면 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찾음으로써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란 의미부여가 많았다.
하지만, 당초 삼성은 입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현대차와 달리 인수의향을 드러내지 않아 대조적이었다. 현재 삼성전자의 여유자금이 충분하지만 다른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꾸린 현대차와 달리 단독으로 응찰한 것도 인수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컨소시엄으로 자금력을 끌어 모은 현대차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삼성전자가 이번 입찰에서 탈락해 잠재적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시선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이 부진하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추격 등으로 불확실한 시장상황에 처해 충분한 유동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히려 삼성전자가 높은 금액으로 낙찰됐다면 ‘승자의 저주’가 우려될 상황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을 계기로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설비투자와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인수합병(M&A) 등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