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경기 활성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소비심리 부진 현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18일 발표한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가처분소득 측면에서는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가운데 세금, 사회보험 등 비소비지출이 늘어나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청년 고용은 부진하고 은퇴 자영업자는 증가해 가계소득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심리 측면에서는 고령화 진전 속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으로 보수적 소비성향이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1970년대 평균 57.5%에 달했던 소비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2000년대 이후에는 38.9%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03년 58.2%에서 2013년 71.5%로 증가해 2013년 말 기준 102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의 비은행금융기관(2010년 64.7% → 2013년 66.5%) 및 대부업 대출(4.6% → 5.7%) 비중이 증가하는 등 부채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
고용 면에서는 2012년 임금근로 일자리가 40만8000개 증가해 외형상 고용 상황이 개선된 듯 보이나, 근속기간 1∼3년 미만의 단기 일자리가 36만개로 다수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일자리가 20만3000개 증가한 반면 20대 청년 일자리는 오히려 8만개 감소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자영업 진출을 확대하면서 자영업자 중 50대 비중이 2007년 25.0%에서 2013년 31.1%로 높아졌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영세 자영업자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용원이 없는 50대 자영업자는 115만9000명(2007년)에서 130만9000명(2013년)으로 증가했다.
4대보험 부담률 증가, 연금가입 확대, 가계대출에 대한 이자비용 증가, 조세 증가 등으로 지난 10년(2003∼2013년)간 가계의 비소비지출은 74.7% 증가해 가계소득 증가율(58.2%)을 상회했다. 그 결과 가계소득에서 비소비지출(세금, 공적연금 및 사회보험, 가구 간 이전, 비영리단체 이전,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7.0%에서 2013년 18.9%로 높아졌다.
부문별로 보면 사회보험(130.9%), 이자비용(114.2%), 경상조세(113.0%), 연금(84.3%) 등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전·월세 가격 오르고, 의료비 부담까지
2005∼2010년 기간 중 우리나라 전체의 주택 자가점유비율은 55.6%에서 54.2%로 1.4%p 하락했으며, 수도권(50.2%→46.4%)과 서울(44.6%→41.1%)의 감소폭이 더 컸다. 가계의 주택 전·월세 거주비율이 확대되면서 전·월세 가격이 상승, 주택임차료지수(2010년=100)는 2005년 92.5에서 2013년 111.2로 증가했다.
고령화 진전으로 가계의 의료비 지출액 상승 속도가 가처분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지난 10년(2003∼2013년)간 의료비 지출은 연평균 5.3%씩 증가, 가처분소득 증가율(4.5%)보다 0.8%p 높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 소비심리 위축
60세 이상 고령층의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78.3%를 기록했으나, 이후 뚜렷한 감소세를 보여 2013년에는 72.3%로 낮아졌다. 고령화에 따른 은퇴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령층의 보수적 소비성향이 전체 가구의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청장년층의 소비성향도 2008년 73.0%에서 2013년 71.6%로 하락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위축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증대→고용창출→소비증진→투자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