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 임영록 회장, 누굴 위한 명예회복인가

2014-09-11 15:54
  • 글자크기 설정

정치권-노동계 "KB금융 정상화 위해선 자진사퇴해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KB금융그룹]


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 기자 =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뒤에도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KB금융의 혼란이 더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진실을 밝히고 KB금융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임 회장의 의지에 대해서도 "의미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임 회장에 대한 징계를 어떤 수준에서 확정짓고, 임 회장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영록 회장 "명예회복"…주변 반응은 '싸늘'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감원의 중징계 조치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임 회장 입장에서는 금융위의 징계 확정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굳이 현 시점에서 사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사퇴 여부를 떠나 임 회장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오히려 임 회장의 책임론만 거세지는 분위기이다. 누구의 잘못이 더 크고 작은지 따지기에 앞서 의사결정 및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누가 뭐라해도 KB금융그룹의 수장인 임 회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비록 KB금융 사태를 처음으로 촉발한 책임이 이건호 전 행장에게 있다 하더라도 임 회장 역시 행장 선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도 임 회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을 정도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임 회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금융위원회의 결정 이전에 스스로 사임하라"며 "임 회장의 사퇴 거부는 KB금융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욕심을 채우겠다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KB금융 명동본점에서 임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무기한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성낙조 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임 회장의 주장과 발언 어디에서도 임직원을 책임지는 조직 수장으로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오로지 자신의 안위를 위한 일방적인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KB금융을 흔드는 것은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이 아닌 임영록 회장"이라며 "KB금융과 금융산업을 위해 금융위 결정 전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결정 주목…행정소송 가면 '혼란 장기화'

만약 금융위마저 임 회장의 중징계를 최종 확정하고, 임 회장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의 권리구제 절차를 밟는다면 KB금융의 혼란은 더욱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 

금융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상향 조정한 원안대로 '문책경고'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임 회장은 전체회의에 직접 나가 주 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결정이 타당했고, 최 원장의 중징계 조치가 잘못됐다는 점을 적극 소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소명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임 회장은 자리보전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전 행장이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 직후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도 비교된다. 더군다나 임 회장이 정치권 인맥을 통해 중징계 결정에 대한 청와대의 의중을 물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중징계 확정 시 임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구제 절차로는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이 있다. 만약 이의신청을 진행할 경우 징계에 대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부터 재논의해야 한다.

행정소송이 진행될 경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결국 임 회장이 중징계 확정 후에도 사퇴하지 않는다면 KB금융의 조속한 조직 및 경영 안정화는 요원해지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의 후임자를 선정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KB금융의 새로운 출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임 회장의 '버티기'가 또다른 경영공백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관치금융에 따른 낙하산 인사가 이번 사태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임 회장의 '버티기'는 결코 KB금융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